창시자의 가르침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평화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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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성 원장

얼마 전 난생 처음으로 아프리카에 다녀왔다. 코트디부아르와 베냉, 잠비아를 거쳐 콩고민주공화국을 들렀다. 첫인상으로 아프리카인들은 거의 모두 검은 피부색이었고 문화도 비슷해 보였다. 그리고 내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가 착한 사람들이었다. 어린아이들은 구김살이 없었고, 어른들은 작은 것에도 고마워했고 모두 깊은 영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기도소리와 노래와 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콩고민주공화국이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이 고통을 받은 나라기 때문이다. 벨기에 식민지 시절에 레오폴드 2세 벨기에 국왕에 의한 무자비한 착취와 탄압으로 수백만명의 인명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1960년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는 다시 내란에 시달렸다. 특히 1998년부터 2003년까지의 제2차 내전기간 동안 집단학살과 집단강간, 고문, 질병 등으로 4백만명 이상이 사망했고, 2천5백만명의 난민이 발생해 콩고민주공화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본 나라가 됐다고 한다.

멀리서 온 사람이 볼 때는 아프리카인들은 거의 모두 검은 피부색에 문화도 비슷해 보였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콩고민주공화국만 해도 80여개의 부족으로 나뉘어 있다고 한다. 종교적 배경도 대부분 천주교와 개신교 등 같은 기독교인데도 내전으로 처절한 인명피해를 봤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눈물이 많았다. 그들은 눈물의 기도를 통해 도리어 영성이 높아졌고 강력한 영적인 체험으로 위로를 받는 등 형언할 수 없는 감사의 눈물로 찬양하는 것을 봤다.

반대로 아프리카 사람들의 눈에는 동북아시아에 살고 있는 한국 일본 중국인들도 똑같은 피부에 같은 문화를 가진 사람들로 보일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민족과 국가와 지역 간에 얼마나 기가 막힌 원한의 역사가 있었는가. 지금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남북관계도 그들은 참으로 딱하게 바라볼 것이다. 21세기에는 지난 세기의 불행한 역사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모두가 원하는 평화세계를 이루기 위해서 우리 종교인들이 먼저 창시자의 가르침으로 인류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각 종교를 창시한 성인들은 민족주의나 지역주의, 국가주의나 대륙주의를 내세우지 않았다. 그러기에 성인들은 인종과 국경과 종교를 초월해서 존경받을 수 있는 삶의 자리에 있는 것이다. 그런 종교인들이 있어 평화가 이뤄진다.

오늘 우리는 교통과 통신이 점점 발달해서 하나의 지구촌시대에 살고 있다.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지역에서 부족 간, 종족 간 전쟁을 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참화를 입는 일이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될 것이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종교인들도 역사를 통해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았다. 타 종단의 종교집회를 위해서 기꺼이 수련원 전체를 내어 주는 것을 보면서 진정한 종교인의 모습을 보게 됐다. 이것이 콩고민주공화국을 비롯한 아프리카의 희망이라고 생각됐다.

이기성 원장 (천주청평수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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