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길 재단법인 한국이슬람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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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문화에 대해 설명하는 최영길 이사장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무슬림 관광객이 매년 19%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세계 이슬람권 국가를 상대로 우리 농수산물을 수출하기 위한 할랄식품 단지 조성 및 수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전 세계 이슬람 총연맹 최고회의 위원인 최영길 재단법인 한국이슬람교 이사장을 통해 이슬람문화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 이슬람세계와 인연을 맺게 된 동기는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부친이 총살을 당하면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다. 먹고 살 길이 막막해 초등학교 5년은 절밥을 먹으며 부처님과 인연을 맺었고 중학교 3년은 교회의 도움으로, 고등학교 때는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에 온 선교사들과 어울려 지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시절 이집트 국적의 교수에 의해 현재의 이태원 성원을 찾은 것이 처음 이슬람과의 접촉이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각각 장학생으로 유학 초청장을 받았다. 친인척은 당연히 미국 유학을 떠날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1976년 말 아무 연고가 없는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났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4년, 수단에서 3년을 공부했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에는 5만명의 한국인 근로자들이 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랍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문제가 있을 때마다 나를 불러 도움을 요청했다. 사고처리반장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한국인 근로자들을 도왔다. 한국인들이 알고 있는 이슬람 지식과 현지에서 직접 부딪치면서 안 이슬람은 많이 달랐다.  

- 할랄식품 단지 조성에 대한 의견은 

꾸란에는 금기 식품 세 가지가 있다. 첫째가 피를 먹지 말 것, 둘째 술을 먹지 말 것, 셋째 돼지고기를 먹지 말 것이다. 이들 세 가지는 안 들어가는 음식과 식품이 없을 정도로 많아 사용한다. 이슬람은 종교와 생활이 함께 간다. 할랄 식품, 할랄 화장품, 할랄 의약품 분야가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지역상품, 문화상품, 생활상품에 눈을 떠야 한다.

인증 제도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주도적으로 할랄식품 인증 제도를 실시, 정착되면서 이슬람권 국가로 점차 확장되는 추세다. 전북 익산에 할랄식품 단지가 조성되면 30만명의 무슬림이 들어온다고 하는데 과장된 숫자다. 할랄단지 조성은 농·어업인을 위해 기획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할랄식품에 들어가는 육류 가공을 위해서는 가축을 도축해야 하는데 도축 방법이 다르다. 이는 무슬림이 담당하는데 5명이 정도면 된다. 현재 할랄식품을 제조하는 기업인 중에는 무슬림보다 타종교인이 더 많다.   

- 할랄식품 인증 제도에 대해 설명한다면

지난해 기준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160개 업체에 500개 정도의 품목이 할랄인증을 받았다. 불교 국가인 태국은 3500개 업체에 12만개의 품목이 인증을 거쳤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 보다 수십 배가 넘는 기업이 상당한 양의 품목을 만들어 수출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철저하게 종교와 정치 비즈니스를 구분해 최대한의 실리를 챙기고 있다.

우리나라는 박 대통령이 중동 국가를 순방한 뒤, 갑자기 추진하다보니 예기치 못한 장애물에 부딪친 모양새다. 한국이슬람교는 인증기관으로서 전 세계 이슬람 국가를 오가며 그 나라 인증 규격을 알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할랄인증 제도를 도입했고 싱가포르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 이슬람문화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아는 만큼 본다는 말이 있다. 전 세계 57개 국가가 이슬람 문화권에 있다. 중동의 기후만 알아도 무궁무진한 아이디어 상품을 만들 수 있다. 비데는 1400여년전 아라비아반도에서 시작됐다. 무함마드는 용변 후, 기도 전 물로 몸을 세척하라는 말을 했다. 물이 귀한 나라에서 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으로 만들어진 비데의 원리는 십자군 전쟁을 거치면서 유럽으로 들어가 오늘 날과 같은 비데로 진화했다. 비데가 우리나라에 소개되기 전 기업체를 찾아가 비데를 만들어 중동지역에 수출하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지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일본은 철저하게 종교와 사업을 분리해 우리나라보다 최소 50배에서 100배의 실익을 챙기고 있다. 중동 지역의 기온차가 큰 것을 안 사업가는 밤이 되면 체감 온도가 상당히 추워진다는 점에 착안, 폭신폭신한 밍크 담요를 팔아 큰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IT산업의 강국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꾸란 604쪽을 전자책으로 제작했다. 16억 시장을 보고 기업체와 함께 기획된 상품이었다. 1%의 무슬림에게만 팔아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부루나이 국가수반과 정상 회담을 열면서 꾸란을 담은 전자책을 선물하자 각국 정상들은 최고의 선물이라고 화답했고 언론이 비중 있게 다뤘다. 무슬림은 604쪽의 꾸란을 외워야 한다는 것에서 착안한 사업이었다.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면 우리의 강점인 IT와 관련된 사업 영역이 많다.          
    

최영길(맨 왼쪽) 이사장이 운영하는 장학사업 후원자 요셉 고팔용 사장이 아흐메드 요노우스 알 바락 주한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로부터 감사패를 받고 있다.
-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이슬람문화가 있다면

‘우리는 이슬람문화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는 이슬람문화를 얼마나 모르고 있을까?’를 넘어 ‘우리는 얼마나 이슬람문화를 잘못 알고 있을까?’를 생각해야한다. 2001년 인도네시아 대통령 취임식 장면을 담은 사진이 유력 일간지에 실렸다. 사진에는 취임식을 하는 대통령의 머리에 꾸란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설명은 꾸란에 손을 얹고 선서하는 모습으로 묘사했다. 제목을 단 기자는 응당 서방 세계의 대통령들이 성경에 손을 얻고 선서를 하는 것처럼 이슬람권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사를 썼을 것이다.
  
무슬림은 무함마드를 따른다는 의미에서 남성은 턱수염을 기른다. 예수의 사진을 봐라. 예수도 턱수염을 가진 모습이다. 무슬림은 신의 예언자인 아브라함, 예수, 무함마드 등을 받들고 존경하고 따른다는 의미에서 수염을 기른다. 이슬람에는 예수의 존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이슬람도 인류는 아담과 해와의 후손으로 믿는다. 차이가 있다면 기독교는 해와가 먼저 나무의 열매를 먹었다고 믿는 반면 이슬람은 아담이 먼저 먹었다고 믿는 것이 차이점이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이나 이슬람에서 말하는 알라나 같은 개념인데, 한국 기독교인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슬람권에서 기독교 전파가 잘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알아야 할 이슬람문화가 있다면

무함마드의 만평이 문제가 돼 참극이 일어난 적이 있다. 무함마드는 절대 초상화는 물론 동상 조각도 세우지 못하게 했다. 무함마드의 만평이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지만 타 종교의 중심적인 기반을 흔들게 된다면 그것도 일종의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알라 외에는 허리 숙여 인사하거나 엎드려 인사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문화가 없다. 신 앞에 모두 평등하기 때문에 부모와 자식, 군주와 신하, 고인 앞에서도 엎드려 인사하는 문화가 없다.

- 출산문화와 장례문화는

꾸란은 결혼에 대해 종교적 미덕이요 사회적 필연이며 성의 타락을 예방하는 안전장치로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가족 구성의 시발점으로 본다. 무함마드는 결혼을 신앙의 절반으로 볼 정도로 장려했으며 독신주의는 신국(神國)을 허약하게 만들고 국력을 쇠퇴시키는 것으로 독신으로 사는 성직자는 없다. 또한 출산도 적극 장려한다. 이혼한 사람, 홀로된 부모에게도 재혼을 장려한다.

사람이 죽으면 장례는 3일 이내로 한다. 고인의 부채가 있으면 남은 가족이 빨리 갚아 고인의 명예를 지켜준다. 이슬람은 화장을 안 한다. 우리나라처럼 관은 사용하지 않으며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시구를 세척한 후 수의를 입혀 최대한 검소하게 집에서 가까운 공원묘지에 평장한다. 비석도 금기시되고 있다. 무슬림은  알라 앞에 모두 평등하다는 가르침에 따라 제왕이라도 최대한 빨리 장례를 치른다. 제사도 없다.       
 
- 종교 간 대화에 대해 설명한다면

서로가 공존해야한다. 공존하려면 서로가 이해해야 하고 이해하려면 서로를 알아야 된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한다. 남이 열기를 바라지 말고 먼저 열고 남의 것을 배울 줄 알아야 하며 내가 소중하면 남도 소중하고 나의 종교가 소중하면 남의 종교도 소중함을 인정해야 한다. 내 종교가 인정받으려면 다른 종교의 진리를 인정해야 하며 종교 간의 담을 헐지 않으면 이 세상의 평화는 요원하다. 

최영길 이사장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아랍어를 전공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왕립 이슬람대학교에서 이슬람학을 전공, 수단 움두르만 이슬람국립대학교에서 한국인 최초로 이슬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 젯다 이슬람문화원에서 아랍어와 이슬람 담당 전임교수로 근무했으며 이맘 무함마드 이븐 사우드 왕립대학교 초청객원교수, 명지대 인문대학장, 중·고등학교 아랍어 국정교과서 교재 편찬 심의위원, 태평양 및 동남아시아 이슬람회의 기구 집행이사, IMAX 벤처기업과 LG전자 자문교수를 역임했다.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에서 이슬람 관련 과목을 강의했고 재단법인 한국이슬람교 사무총장과 할랄위원장을 지냈다. 현재는 명지대 명예교수, 메카에 본부를 둔 전 세계 이슬람 총연맹 최고회의 위원, 서울대 종교중등교사 강사, 재단법인 한국이슬람교 이사장으로 있다.

인간 무하마드, 다양한 이슬람 이야기, 무함마드의 언행록, 아랍어-한글 사전, 꾸란 어휘사전, 꾸란과 성서의 예언자들, 인생교과서 무함마드 등 72편의 아랍어와 이슬람 관련 역서와 저술이 있다. 2009년 사우디아라비아 압둘라 국왕 국제 번역상을 수상했으며 2013년 대통령 표창과 2014년 녹조근정훈장을 받기도 했다.    

정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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