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서거 70주년 기념 학술 세미나가 ‘심우장: 만해와 한국 근대 지성의 교류’를 주제로 지난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월간 유심’ 사무실에서 개최됐다.
강원도와 인제군, 동국대학교, 조선일보, (재)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주최하고, 만해학회가 주관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그동안 연구가 많지 않았던 1930년대 이후 만해 스님의 심우장 시절과 관련된 논문이 대거 발표됐다.
세미나는 홍사성 불교평론 주간이 좌장으로 나선 가운데 전기철 만해학회 사무국장의 사회로 1부 ‘만해와 심우장’, 2부 ‘만해와 근대 지성과의 교류’ 발표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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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서거 70주년 기념 학술 세미나가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월간 유심` 사무실에서 개최됐다. |
김광식 동국대 교수는 ‘만해와 심우장의 정신사’라는 주제의 1부 첫 발표를 통해 “만해 스님은 비승비속의 상황에서도 불교의 가르침을 펴냈고 심우장은 이런 만해 스님의 가르침을 가장 확연히 드러냈던 곳”이라며 “심우장 시절 소설과 산시 등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비롯해 일제에 대한 독자적인 저항운동과 대중 지도를 이끌었던 만큼 이에 대한 후속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영우 동국대 교수는 ‘심우장 시절의 만해문학’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만해 스님은 결혼해 심우장에 살면서도 그 이전과 전혀 다르지 않은 삶을 실천함으로써 결혼이 수행에 근본적인 장애가 되지 않음을 입증했다”며 “이런 와중에 펴낸 ‘흑풍’과 ‘박명’ 두 소설은 독자의 수준과 취향을 고려한 대중전법의 방편이었다”고 밝혔다.
2부 첫 발제자로 나선 서승석 전 덕성여대 겸임교수는 ‘시적 상상력과 독립운동’ 발표를 통해 ‘만해와 육당의 독립선언서’를 비교분석했다. 서 교수는 “만해의 ‘조선독립의 서’와 육당 최남선의 ‘기미독립선언서’는 모두 만해의 세계관과 종교관이 반영됐다”며 “기미독립선언서와 함께 조선독립의 서가 그 소중한 가치에 걸맞은 예우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만해 한용운과 석전 박한영, 그 영혼의 도반’을 주제로 발표한 고재석 동국대 교수는 “박한영 스님은 만해의 가슴 속에 머물고 있는 영혼의 도반, 아니 밝은 달”이라며 “한영 스님은 만해 스님과 함께 임제종 운동을 일으켜 종지수호에 앞장섰던 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고 교수는 “어쩌면 만해는 석전이라는 영혼의 도반이 있어 ‘님의 침묵’이라는 ‘늦은 봄의 꽃수풀’에 핀 ‘황금의 꽃’을 47세라는 늦은 나이에 피울 수 있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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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서거 70주년 기념 학술 세미나의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홍사성 불교평론 주간 |
이어 조미숙 건국대 교수의 ‘만해와 계초: 신문연재소설 속 말하기’, 이선이 경희대 교수의 ‘만해와 지훈’ 등 만해와 근대 지성과의 교류를 다룬 논문이 각각 발표됐다.
한편 만해축전추진위원회는 다음달 11일부터 14일까지 강원도 인제군 동국대학교 만해마을 일대에서 만해축전을 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만해 스님을 추모하며 재조명한다.
김현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