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교회아카데미 ‘한국교회 개혁과제’ 세미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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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학교 김판임 교수는 지난 13일 “루터의 만인제사장론에 의거 목회자나 교인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서는 덮어주지 말고 반드시 지적하고 징계를 내리는 것이 한국교회 개혁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바른교회아카데미가 13~14일 서울 광장동 장로회신학대학교 세계교회협력센터에서 개최한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한국교회의 개혁과제를 이야기하다’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세미나의 1세션 ‘만인제사장론에 대한 이해와 평가’에서 ‘루터의 만인제사장론과 한국교회’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그는 “‘만인제사장론’이란, 루터가 1520년에 발표한 세 편의 소책자들 중에 하나인 ‘독일의 그리스도인 귀족들에게’라는 책자에 언급된 내용이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1세션 사회자 한신대 류장현 교수, 발제자 김판임 교수, 홍지훈 교수, 지형은 목사의 모습.

책자에는 ‘교황, 주교들, 사제들과 수도사들을 영적 계급이라고 부르는 것은 완전 조작된 것이다. 참으로 이것은 순전히 거짓과 위선이다. 아무도 놀라서는 안 된다. 이것은 말하자면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참으로 영적 계급에 속하며 그들 사이에 직무상의 차이 외엔 아무 것도 없다’고 기술돼 있다.

김 교수는 “즉 루터는 교황, 주교들, 사제들, 수도사들처럼 종교에 헌신한 사람들만 영적인 존재이고, 일반인들은 세속적 존재라는 이분법적 분류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한다”며 “교회에 다니는 믿음을 가진 자들은 누구나 영적인 존재임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또 “여기서 루터는 독일 영주들과 귀족들에게 교회와 모든 사회를 개혁하는 데 동참해 줄 것을 촉구한다”며 “루터가 세속 정치인들에게 교회 문제에 간섭할 수 있는 권리와 책임을 주장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만인제사장론’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루터가 로마교황청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만인제사장론을 꺼냈지만 로마주의자들은 3개의 부당한 벽을 쌓고 그 위에 숨어서 종교개혁을 방해했다”고 소개했다.

그 3개의 벽은 ‘성직자 신분과 평신도를 구분해 사제계급이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것’, ‘교황이 참된 성서해석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교리 결정권’, ‘오직 교황 혼자만 공의회를 소집할 수 있고 공의회의 결정은 교황을 통해서만 효력이 발생한다는 교황의 요구’다.

이에 대해 루터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모든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모두 동일하고 참된 영적 신분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또 교황의 성서 해석 독점권에 대항해 ‘모든 그리스도인이 성령을 통해 교황도 모를 수 있는 성서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3번째 벽에 대해 루터는 마태복음 18장15절 이하의 내용을 가지고 반박했다”며 “교황만이 아니라 그리스도인 세속 권력자도 그가 지닌 대표성을 고려해 교황청을 포함, 교회의 개혁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공의회를 소집할 권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다른 그리스도인, 특히 교회의 직위를 가진 그리스도인이 부당한 행동으로 교회에 위해를 가져올 경우 그를 권고해야 한다’는 루터의 주장에 주목하며 한국교회 개혁에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먼저 대형교회나 소형교회의 차별 없이 불미스러운 목회자의 부패 문제에 대해 말했다. 그는 “교회 안에서 목회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하나님의 사람 목회자에게 대항했다가는 지옥에 떨어진다는 협박의 말도 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목회자의 성범죄와 재정 횡령 등에 아무런 제재도 하지 못한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루터의 만인제사장론이 의미가 있다”며 “목회자나 장로, 일반 신도든 누구든지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서로 알려 회개할 기회를 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전할 태도가 없다면 퇴출이나 파면 등의 징계를 내림으로써 교회의 타락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목회자나 신도들 모두 하나님의 뜻을 탐구하기 위한 성서 연구와 기도 모임을 열심히 할 것’, ‘목회자가 오직 하나님의 진정한 뜻과 성서 정신을 전할 수 있도록 목회자의 임금 제도를 공적이고 정의롭게 마련할 것’, ‘개교회의 당회 구성은 안수 받은 장로만이 아니라 교회의 다양한 구성원에 비례해 구성할 것’ 등을 제시했다.

이어 호남신대 홍지훈 교수는 ‘마르틴 루터와 요한 칼빈의 만인제사장론’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만인제사장론은 루터에게서 분명히 드러난다는 것을 그의 저작물을 통해 확인했다”며 “칼빈의 경우도 루터만큼 분명한 만인제사장론의 흔적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그의 입장 역시 루터의 주장에서 멀지 않다는 점에서 만인제사장론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루터는 그리스도인은 모두 설교자라고 했는데, 강단에서 누구나 설교직을 수행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복음을 삶속에서 전하는 그리스도인은 모두 설교자라는 의미다”며 “이런 점에서 만인제사장론의 현대적 수용은 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른교회아카데미가 주최한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세미나 전경.

‘만인제사장론과 21세기의 목회 상황’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성락성결교회 지형은 담임목사는 “목회 현장에서 ‘공동체’라는 의미를 구현할 수 있는 단위 또는 규모에 집중해야 한다”며 “인격적인 사귐을 통해 일상을 나누며 공감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교회 안에 마련될 때 만인제사장론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격적인 공감의 가치를 놓치는 교회는 명백히 비성서적이기에 만인제사장론을 ‘그리스도인 모두가 서로 사랑하고 살며 일하는 공감 공동체’로 풀어야 한다”며 “오늘날 한국교회가 어떤 방법으로든 이것을 붙잡고 실천해내지 못하면 교회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2세션에선 장신대 박경수 교수·주님의교회 박원호 담임목사·한동대 이국운 교수가 ‘교회의 정치제도와 직제’를, 3세션에선 장신대 김인옥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 정재영 교수·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 정주채 목사가 ‘교회의 사회적 신뢰회복’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김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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