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통일, 남북한 상처 치유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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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선 ‘한국전쟁 이후 남북 양측이 갖고 있는 깊은 상처를 먼저 치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브라질 상파울루 감리교대학교대학원 종교학과 성정모(57)교수는 지난 16일 서울 종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평화통일포럼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재외신학자 성정모 교수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사단법인 참된평화를만드는사람들(이사장·이하 참된평화) 주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 성 교수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남북한은 화해와 용서의 과정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한국 기독교회의 막중한 책임과 사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 6·25한국전쟁에 대해 걱정하며 살았던 기억을 떠올린 성 교수는 “전쟁에 대한 두려움은 반공주의 교육에 의해 더욱 심해졌다”면서 “감성은 이성의 한계와 이성의 방향을 결정짓는 요소인데 이처럼 전쟁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힌 사람이 많을수록 통일에 적극적이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성 교수는 “북한이 전쟁의 원흉이라는 생각, 남한이 전쟁의 원흉이라는 생각은 남·북한이 동시에 가지고 있는 분노와 복수의 감정”이라며 “이러한 감정은 비전을 불투명하게 만드는데, 무엇보다 폭력순환 금지를 위해선 꼭 극복돼야 할 내용이다”고 설명했다.

“정의로운 인간은 결코 복수해서는 안 된다”는 성 교수는 “복수 대신 적을 사랑할 것”을 강조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고통, 죄책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전쟁은 무의미한 고통을 양산하는데, 그러한 고통의 이유가 죄책감에서 비롯된다”며 “공격적 감정으로 자신의 삶을 마비시키고 억압과 탄압을 정당화시키는 죄책감 또한 꼭 극복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 성 교수는 “기독교 신앙과 신학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공헌할 수 있는 점이 있다”면서 “정의라는 개념으로 복수를 넘어서는 화해, 그리고 복수와 죄책감을 없애는 용서가 바로 그것이다”고 역설했다.

그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은 더 이상 증오가 자라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며 “증오와 미움을 치유하는 과정, 바로 그곳에 한국기독교회의 막중한 책임과 사명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16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재외신학자가 해방의 관점에서 바라 본 한반도 평화와 통일' 포럼 전경.

이날 포럼에서 성 교수는 ‘화해’를 화두로 하는 라틴아메리카의 신학, 즉 해방신학을 중심으로 본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해 포르투갈어로 발표했다. 통역은 멕시코장신대 교수 홍인식 목사가 맡았다.

브라질 이민 1.5세대인 성정모 교수는 ‘해방신학의 지평을 인간의 욕망 문제로까지 넓힌 선구적인 2세대 해방신학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포럼을 주최한 '참된평화'는 “‘하나님 안에서 남과 북이 하나가 되리라’는 구약성서 에스겔의 말씀에 의지해 기도해온 한국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이뤄지는 평화를 기대하며 기도한다”고 포럼의 개최 배경을 밝혔다.

김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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