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관사, 국행수륙재 시연 및 학술세미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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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진관사(주지 계호스님)가 서울 종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지난 23일 ‘2014 진관사 국행수륙재 시연 및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수륙재’는 불교에서 물과 육지에서 헤매는 외로운 영혼과 아귀(餓鬼)를 달래며 위로하기 위하여 불법을 강설하고 음식을 베푸는 종교의식을 일컫는다. 특히, 진관사의 수륙재는 조선건국 초기 태조 이성계가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며 직접 주관했던 의식이라 국행(國行)수륙재라고 불린다.

지난 2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진관사 주지 계호스님을 비롯한 11명의 스님들이 시연을 하고 있는 모습.


진관사 국행수륙재는 칠칠재 형식으로 49일간 진행되며, 연(輦)에 모신 영혼을 도량으로 옮기는 의식인 시련, 영혼에게 먼저 법식을 베푸는 대령, 영혼의 더러움을 씻는 관욕, 불교의 상상의 수호신을 초청하는 신중작법, 불상을 그려서 걸 수 있도록 만든 괘불을 옮기는 괘불이운, 영산재를 지내는 영산작법을 비롯, 총 14가지의 의식이 차례로 진행된다.

이날 시연에 앞서 진관사 주지 계호스님은 “오늘 이 자리는 진관사국행수륙재가 지난 2013년에 중요무형문화재 제126호로 지정됨을 축하하고 수륙재의 한국문화적 위상을 조명하는 자리다”고 말했다.

또, 그는 “수륙재는 소통의 부재로 드러나는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다양한 사건과 사고로 희생된 중생을 위무함은 물론 소통과 화합의 장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스님은 “수륙재 중에서도 진관사의 수륙재가 조선 건국과 함께 국가와 왕실의 주도로 거행됐던 국가적 의식이었다”며 “불교의례가 한 사찰에서 600여 년 이상 전통을 이어 내려와 그 가치가 오늘날까지 인정받는다는 게 매우 의미 깊다”고 전했다.

이어 계호 스님을 포함, 11명의 스님들이 장엄한 분위기 속에서 30분간 수륙재 시연을 펼쳤다.

수륙재 시연 이후 진행된 학술 세미나에서 기조발표로 나선 동국대학교 홍윤식 명예교수는 ‘불교민속과 진관사국행수륙재’를 주제로 삼아 수륙재가 6세기경 중국의 양무제 때부터 시작됐다는 설화를 가진다는 것과 선율을 자유롭고 유연하게 구사하는 불교음악의 특색이 잘 반영돼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불교철학 연구자의 입장에서 본 진관사국행수륙재’라는 이름으로 두 번째 기조발표를 한 연세대학교 철학과 신규탁 교수는 “수륙재는 불교가 가진 윤회의 세계관과 번뇌를 떨쳐 극락을 염원하는 인생관이 잘 반영된 우리 문화의 절정이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마지막 기조발표 ‘한국문화와 진관사국행수륙재’를 진행한 가톨릭관동대학교 황루시 교수는 “태조 이성계에 의해 조선초 14세기말에 본격적으로 실행된 수륙재는 16세기에 들어 유생들의 반대로 국행수륙재가 중단됐다”고 전하면서 “주최자인 국가가 손을 뗐음에도 수륙재가 현대까지 전승됐다는 점은 민중들이 불교를 매우 중요하게 받아들였음을 나타내는 것이다”고 말했다.

기조발표에 이어 △중앙대학교 홍태한 교수의 ‘진관사국행수륙재 연행과 의례의 민속적 의미’ △국립국악원 양영진 학예연구사의 ‘진관사국행수륙재 범패의 의식음악적 기능’ △남서울대학교 이애현 교수가 진행한 ‘진관사국행수륙재 의식무의 기능과 동작분석’ △서울시립대학교 이강근 교수의 ‘조선전기 진관사수륙사의 건축’의 주제발표가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한편, 국행수륙재는 오는 10월 11일,12일 이틀에 걸쳐 진관사에서 열린다.

김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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