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문화학회 정책토론회 및 창립총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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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경시 문화를 생명존중의 문화로 바꿔나가기 위해 결성된 ‘생명문화학회(준비위원장 유수현 전 숭실대 교수)’가 18일 연세대학교 장기원 기념관에서 정책토론회와 더불어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정책토론회 및 창립총회는 하상훈 준비위원의 사회로 개회, 유수현 준비위원장(전 숭실대 교수)의 인사말, 박인주 생명문화 상임대표의 환영사,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전 덕성여대 총장 · 고신대 석좌교수)의 기조강연, 7개 분야별 정책토론회, 창립총회, 리셉션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생명문화학회 유수현 준비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생명존중 문화의 확산과 자살예방을 위한 정책과 프로그램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하여 다양한 학문적 시각에서 사회적 현상연구와 분석, 출판 등 학술활동을 펴 나가고자 본 학회를 창립했다”고 밝혔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한국의 생명존중문화를 생각한다’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한국의 생명존중문화를 생각한다’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선 손봉호 교수는 “한국문화의 세계관은 ‘처세중심적’이라 할 수 있다”면서 “주로 샤머니즘과 유교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초월적인 신이나 내세를 인정하거나 중요시 하지 않고 이 세상이 전부이며 삶의 모든 의미는 이 세상에서 이룩해야 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손 교수는 “처세 중심적 세계관에서는 입신양명이 삶의 최고 목적으로 추구되고, 그것은 한국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경쟁사회로 만들었다”며 “그 덕으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과 여러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으나 이로 인한 극심한 경쟁으로 한국사회가 불행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문화의 저변에 흐르고 있는 샤머니즘의 복(福)과 운(運) 사상은 한국인으로 하여금 심각한 안전불감증을 앓게 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교육수준 향상과 경제발전으로 엄청나게 큰 물리적 힘과 기회를 누리게 되었는데,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설마’나 ‘운수대통’에 지나치게 의지함으로 인해 세월호 사고와 같은 참사를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손 교수는 “세계관은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지만 생존과 행복을 위해서라도 우리 문화에 하급가치를 상대화하고 고급가치들을 절대적인 것으로 정착시켜야 한다”며 “돈, 권력, 명예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베풀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이 인정을 받고 그렇게 사는 것이 삶의 진정한 의미라는 사실이 사회 전체의 가치관으로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7개 분야별 정책토론이 서울대 교수인 조흥식 준비위원의 사회로 열렸고, 사회복지학에 정무성 숭실사이버대 부총장, 철학에 김성진 한림대 교수, 불교에 신성현 동국대 교수, 의학에 안용민 한국자살예방협회장, 기독교에 유영권 연세대 교수, 심리학에 현명호 중앙대 교수가 각각 발제했다.

생명문화학회 회원들이 정책토론회를 마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연세대학교 장기원기념관)

생명문화학회는 지난 4월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통해 보듯 물질만능주의와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한 현실에서,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지닌 학자들이 모여 생명을 존중하는 살림의 문화로 바꾸는데 기여하고자 창립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 10년간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이어가고 있고, 올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서 보듯,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자살 사망률이 인구 10만 명당 13.8명에서 2012년 28.9명으로 12년간 109.4% 증가하여 세계에서 자살 증가율이 두 번째로 높은 나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현실 속에서 생명경시의 풍조와 자살의 원인을 학문적으로 규명하고 근거에 기반한 자살예방 대책과 생명존중의 문화를 촉진하므로 자살예방 활동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 가장 큰 창립의 배경이 됐다.

학회에는 철학, 기독교, 불교, 가톨릭교, 정신의학, 사회복지학, 심리학, 정신간호학, 법학 등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학자들과 현장 전문가들이 참여, 지속적인 세미나와 연 2회 학술지 발간 등 다학제적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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