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기설과 통일의 역사적 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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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웅 원장

며칠 전 일본에 다녀왔다. 마침 5호 태풍 ‘노루’가 지나가는 터여서 언론들은 하루 종일 태풍의 경로와 피해 상황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었다. 일본인들이 보여준 재난 대비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치밀했다. 외부인의 눈으론 지나치다 싶을 만큼 엄청난 시간을 재난 방송에 투자하고 있었다.

이러한 치밀한 대비 태세는 북한 미사일에 대해서도 한결같았다. 이를테면 북한이 대륙간탄도탄(ICBM)을 쏜 지역이 어디냐는 선택형 퀴즈랄지, 사정거리는 얼마고, 일본 지역이 포함되는지를 묻는 식이었다.

일본인들이 갖고 있는 전쟁이나 재난에 대한 피해의식, 대비 수준은 평소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을 놓고 이 정도까지 황금시간대에 퀴즈 방송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일상사에서조차 늘 경각심을 늦추지 않는 일본인, 상대적으로 직접 당사자면서 피해자가 될 수 있는 한국인의 천하태평, 참으로 비교가 되면서도 착잡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과 북한이 서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치 대립의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는 형국이다. 한반도 위기설은 일본 내에서도 다시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을 겨냥해서 “지금껏 전 세계가 본 적이 없는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정확히 72년 전, 당시 트루만 대통령이 일본에 원자탄 두발을 터트리면서 행한 경고 내용과 쏙 닮았다.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해서 ICBM에 탑재하는 시점이 바로 미국의 금지선(red line)임을 명백히 밝히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이에 맞서 ‘한국 불바다’ 위협과 ‘미국령 괌기지 포위 사격(enveloping fire)’ 시나리오를 공개하고 나섰다. 북한이 실제로 괌기지를 포위사격 하게 될 경우, 미국은 군사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역사의 큰 흐름에서 보면 정말 한심하고 어이가 없는 국면이다. 두 차례 세계대전은 국제정치의 모순과 갈등이 켜켜이 쌓이면서 일어났다. 제1차 대전은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의 팽창주의와 이해 대립 등 복잡다단한 정세가 발화점을 찾다가 오스트리아 황태자의 암살 사건을 계기로 시작됐다.

제2차 대전 역시 세계적인 경제 침체 아래 독일이 전쟁보상금을 지불할 수 없는 상황에서 폴란드를 침공해 확전의 방아쇠를 당겼다. 아시아 쪽에서는 일본이 경제난 속에서 군부가 견제 세력 없이 1937년 중·일 전쟁을 벌이자 미국이 대일 경제 봉쇄에 착수, 결국 진주만 공습으로 이어졌다.

키신저 박사는 유럽외교와 전쟁사의 대가다. 그의 충고가 새삼스러운 요즈음이다. 그는 국제정치사에서 평화 기간이 길고 국제질서가 정통성을 저버리게 되면, 여지없이 군비 증강과 전쟁의 길로 갔다고 역설해 왔다. 그러면서 중국·일본 간 분쟁과 긴장으로 전쟁이라는 유령이 아시아를 배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북한 봉쇄에 들어가면서 중국을 대상으로 경제 보복을 실행할 경우 역사는 어떻게 물레방아를 다시 돌릴 것인가? 여기에 우리가 현명하게 대처할 길은 과연 없는 것인지, 튼튼한 안보는 물론 통일까지 내다보는 유장한 역사적 안목이 아쉬운 시점이다.

분명한 사실은 어떤 시나리오든 한국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핵·미사일이 어찌 미국·북한 만의 문제겠는가. 민족적 사활이 걸린 과제에 우리가 단 한 치의 소홀함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김경웅 원장 (한반도통일연구원·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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