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이야기 - ‘한국종교사상가 한밝 변찬린’

20여년 추적 조사 통해 조명한 변찬린의 생애와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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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종교사에서 한 차례도 객관적인 조명을 받지 못한 채 오해되고 망각된 종교인이 있다. 기독교와 유교, 불교, 도교 등 세계 종교사상과 동서양의 철학사상에 정통한 종교사상가 ‘한밝 변찬린(邊燦麟·1934~1985)’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여년의 추적 조사를 통해 변찬린의 생애와 사상을 최초로 조명해 복원한 책 ‘한국종교사상가 한밝 변찬린’(도서출판 문사철 펴냄)이 최근 출간됐다. 저자는 변찬린의 성경해석이 한국 기독교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왜곡된 사실만 회자되고 있는 실정을 지적하며 날카로운 학문적 시각의 교정을 요구하는 작품을 써냈다.

변찬린은 타의에 의해 발생한 ‘양잿물 사건’으로 한평생 물 한 방울 마시지 못하는 신체적 한계 상황에서 공포와 우수, 절망과 죽음의 병과 맞대결한 불우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시공우주와 영성우주를 오가는 구도자로서 번개와 피, 아픔과 고독을 극복하는 인간의 한계적 상황을 극복하는 치열한 구도의 모습을 보인다.

그가 저술한 ‘성경의 원리’, ‘선(禪), 그 밭에서 주운 이삭들’, ‘선방연가(禪房戀歌)’ 등을 통해 새 문명의 선지자이자 예언자의 모습을 보인다. 실존과 부조리를 온 몸으로 체험해 터져 나온 그의 구도자적 목소리는 낡은 문명과 새 문명, 영성우주와 시공우주의 접점에 사는 현대인의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실존적인 해답을 줄 것이다.

변찬린은 함석헌, 배용덕, 법정 등 당대 유명 종교인들과 교류하며 다양한 종파의 종교를 경험한 후 독창적인 종교적 사색을 전개한다. 저자는 변찬린의 사유체계를 ‘한밝사상’이라고 명명하며 새 문명의 패러다임을 제공하는 발원지로서 자리매김했다고 밝힌다.

영성우주와 시공우주를 아우르는 장대한 ‘한밝우주역사관’은 장자에 주눅 들던 한국의 사유체계보다 더 큰 시공세계를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성경의 부활사상과 동방의 신선사상을 이해지평에서 융합해 호모 사피엔스가 영성적 인간으로, 창조적 진화를 현대적 언어로 산 자의 도맥을 밝힌 ‘풍류도맥론’에서 인간의 존재론적 가능성의 극한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축 시대의 배타적으로 형성된 다양한 종교문화를 새 축 시대의 초종교인 일원교와 역사적인 다종교로 범주화해 ‘일원 다종교론’이라고 칭하며 종교간(내)의 대화를 위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특히 통일한국의 정체성으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뛰어넘는 새로운 생활 체제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하며 세계사 속의 한국의 사명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문명사가의 입장에서 전개하는 새 인류 탄생에 대한 예언자적 발언은 독자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할 것이다.

‘한밝사상’은 역사시대와 영성시대의 전환기에 한국인으로서 인류 역사에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가에 대한 진지한 사색과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또 변찬린은 헬레니즘으로 해석된 성경해석의 역사적 전통을 뛰어넘어 동아시아의 종교사상을 바탕으로 성경을 새롭게 해석한다.

‘성경의 원리’는 기독교 2천년 사에서 헬레니즘의 바탕에서 전개돼온 성경해석의 전통을 탈피해 피선교국에서 나온 독창적인 성경해석서다. 이 책은 서구 신학에서 문제시하지 않았던 다양한 새로운 담론, 즉 에녹·모세·엘리야·예수로 이어지는 성경은 선맥僊(仙)脈이라는 세계 신학계의 첫 주장을 비롯해 하와의 씨앗 속임, 야훼는 천사라는 신관의 파괴, 성경 속에 은폐된 윤회론 등을 제기하며 기독교 신학의 근본을 흔드는 역저라고 저자는 평가하고 있다.

저자는 ‘성경은 그리스도교의 전용문서가 아니다’, ‘성경은 그리스도교가 아니다’, ‘성경은 인간이다’라는 3대 선언과, 언어·상징·재현해석을 포함한 7개 해석 체계를 ‘한밝성경해석학’으로 체계화해 독자에게 소개하고 있다.

‘한밝성경해석학’은 헬레니즘과 공의회, 신앙고백에 의해 체계화된 서구 성경해석의 전통을 뛰어넘어 유·불·도의 동아시아 전통에 기초해 성경을 전면적으로 해석한 최초의 성경해석서이자, 오늘날 종교적 인간이 실천해야 할 생활경전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선 뜻을 가진 한 인간의 생명을 건 처절한 구도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것이다”며 “변찬린은 번개와 피, 아픔과 고독의 비장한 삶속에서 낡은 종교의 그물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신앙을 할 것을 선언하면서 새 시대의 종교혁신을 부르짖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구도와 명상을 통해 시공우주와 영성우주를 순례하며 얻은 ‘한밝사상’이라는 구도열매는 독자들에게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혜안을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이 책이 구도의 길을 걸어가는 독자에게 ‘새 축 시대의 영성생활인’으로서 망각하고 있던 자신의 역사적 위상을 점검하고 창조적 진화의 도상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발견할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저자 이호재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중국사회과학원의 철학박사(종교학 전공) 학위를 취득했으며, 주요 관심사인 중국문화콘텐츠에 정통한 한국의 중국전문가를 육성하는데 힘쓰고 있다. 아울러 동서양의 종교사상 연구를 바탕으로 ‘새 축 시대의 영성생활인’이라는 생활프로젝트를 세계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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