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이야기 - ‘초씨역림’

아름다운 시어, 역사적 서술 등 탁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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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의 ‘사서삼경(四書三經)’ 가운데 으뜸이 주역(周易)이며, 이를 확장하여 문학적으로 승화시킨 것이 ‘초씨역림(焦氏易林)’이다. 이 ‘초씨역림’(전 2권)이 국내에 완역돼 나왔다. 주석과 해석방법까지 곁들여 나온 번역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초씨역림은 지금으로부터 2100여 년 전 한나라 초기 사람 초연수(焦延壽)가 ‘주역’의 점서적 기능과 의미를 확장시켜 지었다.

기존의 역이 64괘(卦)를 6변(變)하여 확장한 384효(爻)에 대한 효사(爻辭)를 지어 활용해 온 것이라면, ‘초씨역림’은 64괘를 64변해서 확장한 4096효에 대하여 효사를 지어 활용한 것이다. 효가 10배 넘게 풍부해 진 것이다.

초연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역사적 기록과 사서삼경, 제자백가 등을 곁들였고, 글을 운율에 맞춰 삼언시와 사언시 형태를 취함으로써 주역의 문학적 가치를 높였다. 점(占)을 시(詩)로 풀어놓은 인물은 초연수가 처음이다.

‘초씨역림’은 젊은 주역학자 윤상철 대유학당 대표(성균관대 철학박사)가 학술지 ‘대유학보’에 2년 넘게 번역해 연재해 오던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인 데, ‘초씨역림’을 읽기 위해 ‘대유학보’ 구독자가 부쩍 늘어났을 정도다.

또한 역술인 100여 명이 선금까지 갹출해 가며 출간을 종용해 드디어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총 분량이 2464쪽에 이르러, 번역기간만 3년 가까이 걸렸다고 한다. 윤 대표는 사서삼경과 제자백가에 깊은 지식이 없어서 “번역하는 일이 힘들고 고된 작업이었다”고 술회했다.

지은이 초연수는 부귀를 탐하지 않고 민생에만 힘써 훌륭한 목민관으로서의 평가 받았던 인물로 알려진다. 그는 소제(昭帝:B.C.88~74) 때 외황현(外黃縣)의 현령이 되어 점을 쳐서 도적의 발호를 미리 알고 막았다고 전해진다.

책 표지.

양왕(梁王)이 1년 내내 외황현에 사건과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을 높이 평가해서 초연수를 승진시키려 했는데, 외황현의 원로와 관리들이 현령을 바꾸지 말아달라고 상소를 해서, 녹봉만 올려주고 계속 외황현의 현령으로 남아있도록 했다고 한다. 그는 다양한 일화가 전해질 만큼 사회적으로 존경받았던 관리였고, 빈천하게 살면서도 학문탐구와 제자양성에 힘을 쏟은 학자이도 했다. 탁월한 상수역학가 경방(京房)이 그의 제자다.

초연수는 기존의 역이 설시법(揲蓍法)이나 척전법(擲錢法) 등으로 점괘(占卦)를 얻을 때 한 효도 동하지 않을 수 있고, 여섯 효가 모두 동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때마다 효변(爻變)을 살피고 괘변(卦變)을 살펴서 길흉을 판별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을 간파했다. 그래서 다양한 경우의 효동(爻動)을 미리 상정해서 4096개의 효사를 썼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성기 성균관대 교수는 추천사에서 “초연수는 효동을 모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에 부응해 점서를 집필했으며, 그래서 ‘역림(易林)’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이라고 평했다. ‘초씨역림’을 통해 역의 의미가 확대되자 이용자들이 많이 늘어났다.

여기서 ‘척전법’이란 동전을 던져 작괘하는 법으로, 동전 세 개를 모두 여섯 번 던져서 양효와 음효 그리고 동효를 결정할 수 있다. 실제 책에는 일반인도 따라 할 수 있도록 척전법이 쉽게 설명돼 있고, 이 책의 부록에 척전법에 사용하는 동전이 들어있다.

중국 후한 대에 문헌의 수집과 정리를 담당하던 동관(東觀)에서 편찬한 ‘동관한기(東觀漢記)’에 나오는 일화 한토막.

“한나라 명제(明帝) 5년(AD 62년) 가을 서울에 비가 적게 오니, 황제가 운대로 가서 자리를 마련하고 점괘를 얻었는데, ‘역림의 ‘진지건(震之蹇)’괘에 ‘개미가 자신이 사는 굴의 입구를 막으니, 큰비가 올 것이다.’라 하였는데, 과연 큰 비가 내렸다.”

현존하는 주역의 대가 대산 김석진 선생은  “초씨가 시(詩)로 점사(占辭)를 대신한 이후로 점치는 사람들이 더 이상 문왕·주공·공자의 글을 사용하지 않았을 정도로 초공(焦贛)의 ‘역림’이 매우 유용하고 후세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초씨역림’은 문학적으로도 뛰어난 아름다운 시어(詩語)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관련학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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