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사업체, 내규로 히잡 착용을 금지시킬 수 있어

“내규의 적절성∙필요성 여부는 각국 법원이 판단해야”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인쇄하기
  • 이메일보내기

유럽 연합 최고 법원은 무슬림 여성의 직장 내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기업의 내부 규정이 유럽연합 의회 지침이 금지하는 직접적인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진=위키피디아)


유럽연합 최고 법원이 ‘직장 내 히잡 착용 금지’ 규정을 용인했다.

유럽 연합(EU)의 최고 법원인 사법재판소(the Court of Justice)는 지난 14일 이슬람교인 여성의 직장 내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기업 복무 규정이 유럽연합 의회의 ‘고용 및 직업 평등 지침’(2000/78/EC) 제2조2항(a)에 따른 ‘차별 금지 및 평등 대우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대해 벨기에 대법원이 청구한 예비 심판 소송에서 “고용 및 직업에서의 평등 대우에 관한 일반적 준거틀을 구축하는 유럽연합 의회 지침은 이슬람교식 머리스카프를 착용하는 것에 대한 금지가 종교나 신념에 기반한 직접적인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벨기에에 본사를 둔 연회(리셉션) 제공 회사(G4S Secure Solutions)에서 근무하는 무슬림 여성 사미라 아치비타 씨가 직장 내 히잡 착용이 정치적, 철학적, 종교적 신념을 가시적으로 표출하는 장식물의 착용을 금하는 복무 규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해고당하자 2006년 6월 벨기에 노동법원에 진정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아치비타 씨는 2003년 2월부터 정직원으로 근무하기 시작했는데 2006년 4월 근무 시간 동안 히잡을 착용하겠다고 회사에 통보했지만 회사는 그것이 고객에 대한 중립 입장을 취해야 하는 직원들의 복무관련 관행 규정 상 허용될 수 없다는 이유로 수락하지 않았고 복무규정을 명문화했다. 하지만 그녀가 주장을 굽히지 않자 회사는 그녀를 해고했다.

벨기에 노동법원은 1심과 2심에서 연이어 “직∙간접적 차별이나 개인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해고가 부당하다고 여길 만한 이유가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노동법원은 “아치비타 씨는 자신의 이슬람 신앙 때문이 아니라 근무 시간에 이슬람식 머리스카프를 착용함으로써 가시적으로 신앙을 표출하려는 희망을 고수했기 때문에 해고됐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을 항고받은 벨기에 대법원(Court of Cassation)은 심리 절차를 중지하고 유럽연합 사법재판소에 조문의 해석을 의뢰했다.

유럽연합 사법재판소는 “그러한 (종교적) 표식을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중립적 복장 규정이 일반적이고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모든 직원에게 적용되는 것에 비춰 볼 때 아치비타 씨에게 다르게 적용됐다고 볼 만한 내용이 증거상으로 분명하지 않다”면서, “따라서 그와 같은 내부 규정이 종교나 신념에 직접적으로 기반해 차별대우를 시작하지 않았다고 결론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사법재판소는 “고객들을 향해 중립적 이미지를 전달하길 바라는 고용주의 소망은 유럽연합 기본권 헌장 제16조에서 인정하고 있는 ‘사업을 수행할 자유’에 관계돼 있다”면서, “고용주의 고객들을 상대하도록 돼 있는 직원들이 정치적, 철학적, 종교적 신념에 대한 상징물을 가시적으로 착용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는 사실은 (고용주의) 중립성 방침이 적절하게 적용됨을 확보하는 목적에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유럽연합 사법재판소는 “고용주가 그 고객과의 관계에서 정치적, 철학적, 종교적 중립성에 관한 정책을 정당하게 추구한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면 특정 종교나 신념을 가진 이에게 명백히 중립적인 의무를 지우는 것이 특정 손실을 끼치는 경우 사기업의 내규가 간접적 차별에 해당할 수도 있다”면서 “그 목적을 성취하는 수단이 적절하고 필요한지 여부는 해당 법원(벨기에 대법원)이 규명할 사항이다”고 판시했다.

손인철 기자

[종교평화를 선도하는신문] 기사제보:jknewskr@gmail.com

[ⓒ 종교신문 & jknews.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