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에서 '희망'이 보이는 나라, '레바논'

국가 안전과 이익 우선…종교간 융합을 통한 공존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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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수도 북쪽 레바논 산 해발 2000m에 위치하고 있는 마을의 전경. 사진 아래쪽이 바로 `거룩한 계곡`이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북쪽 레바논 산에 있는 ‘거룩한 계곡(Holy Valley)’을 지나 계속 산을 오르면 그 유명한 '세다트리(Cedar Tree, 백향목)들이 우거진 숲에 이르게 된다. 해달 3,000m가 넘는 레바논 산맥의 거봉들도 눈에 들어온다.

백향목은 레바논의 국기에 중심 상징으로 등장하는 나무다. 구약성서에 70번이나 등장하는 귀한 나무라고 한다. '튼튼하게 뿌리를 뻗는 강인한 수목'이라는 뜻의 아랍어가 어원으로, 레바논 산맥 2,000m의 눈 덮인 높은 산에 자라는 거대한 교목이다. 높이가 40m에 줄기의 지름이 3m씩 자라기도 한다. 작을 때는 피라미드 꼴이지만, 자라면서 가지가 수평으로 넓게 퍼져서 우산을 편 듯이 수려한 외관으로 그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향기로운 백향목…구약성서에 등장

특히, 백향목은 짙은 향기를 풍겨서 향기롭고, 나무진이 많아서 충해가 없을 뿐더러 방부력(防腐力)도 있고, 내구력도 뛰어나다. 게다가 아름답게 광을 낼 수도 있어서 가장 귀중한 건축재였으며, 선박재, 악기재, 조각재, 관재로도 쓰였다. 수명이 2,000년에서 3,000년씩이나 되고, 추운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재질이 굳다. 레바논과 인접한 여러 나라의 지배자들이 그들의 궁전을 짓는데 건축재로 많이 이용했다.

성경은 백향목을 레바논의 ‘영광, 억센 힘, 장대함, 위엄’의 상징으로 표현했다. 구약성서 삼하 5장 11절에 다윗의 집을 짓기 위해 두로왕 히람이 사자들과 백향목과 목수와 석수를 보내어 집을 짓게 했고, 솔로몬이 예루살렘 성전을 짓기 위해 두로왕 히람과 상거래의 계약을 맺고 원하는 대로 백향목과 잣나무를 벌채해가는 대가로 곡물과 기름을 줬다는 기록이 있다.

7년이 걸려 건축한 예루살렘 성전역사에 동원된 인력은 이스라엘인이 3만 명, 일꾼이 모두 15만 명이 소요됐으며 감독관만 해도 무려 3300명이 파송됐다. 산에서 벤 목재는 해로를 이용해 욥바로 보내고, 다시 육로를 통해 예루살렘으로 운반돼서 성전의 중요한 부위에 쓰였음을 왕상 5장 등에서 알 수 있다.

또, 왕상 7장에는 13년씩 걸려서 건축한 솔로몬 왕궁의 건축에도 레바논의 백향목이 중용됐음을 적고 있다.

 

구약성서에 70회 이상 기록돼 있다는 백향목.

레바논의 새로운 변수 ‘헤즈볼라’

아랍국가를 여행하다 보면 어디서나 누구에게서나 이스라엘의 횡포와 미국과 서방 언론의 일방적 친이스라엘 언론 보도를 맹비난하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듣게 된다. 이스라엘 사람이 하나만 죽어도 미국과 서방의 언론은 대서특필하고, 팔레스타인에서 어린이들이 수백명이 죽어도 아무 말이 없다고 분통을 토한다. 한국 사람으로 친미감정을 갖고 있는 필자도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다.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후 일단의 이슬람 성직자들이 이스라엘의 점령에 맞서 저항운동을 전개할 투쟁조직의 결성을 구상했다. 헤즈볼라의 등장이다. 특히 1979년 이슬람 혁명을 통해 집권한 이란 시아파는 레바논 과격 이슬람 시아파 단체 ‘이슬람 아말’과 이라크의 시아파 ‘다와당(黨)’간 연계를 모색하고 연합해 헤즈볼라를 결성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헤즈볼라의 1차 목표는 레바논을 이스라엘 점령상황에서 해방시키는 것이고, 친이스라엘 민병대인 남부레바논군 그리고 미국과 서방을 공격하는 것이다. 헤즈볼라는 이란으로부터 활동자금을 지원받고 있으며 시리아로부터 무기를 지원받고 있다. 1980년대에는 주로 항공기 납치로 악명을 떨쳤지만 1990년대 들어와서 팔레스타인의 ‘하마스’처럼 자살폭탄 공격을 테러수법으로 이용하고 있다.

헤즈볼라의 무장활동은 2000년 5월 이스라엘의 남부 레바논 철군이라는 쾌거를 거뒀다. 이제는 게릴라 활동과 함께 의회 진출을 통한 정치활동, 적극적인 복지 프로그램을 통한 자선활동에도 참여한 덕분에 최근들어 아랍세계의 다수파인 시아파 사회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1992년 총선에서 의회의 8석을 확보했다. 이제는 시아파 이슬람 무장조직을 움직이는 헤즈볼라는 레바논의 현실정치에 참여하여 집권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는 모양새다.

그리고 헤즈볼라는 유능하고 카리스마가 있는 지도자가 있다. 항상 이스라엘 편을 드는 미국의 유수 언론들도 ‘하산 나스랄라’에게 주목하고 있다. 현재 그는 헤즈볼라의 사무총장이다. 2006년 제2차 레바논 전쟁 당시 그는 최강의 전투력을 지녔다는 이스라엘군을 상대로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한 달 가까이 싸우고도 끄떡없이 버텨내면서 영웅이 됐고 서방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스라엘의 1982년 레바논 침공은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하산 나스랄라’라는 헤즈볼라의 영웅을 탄생시킨 결과를 가져왔다. 레바논 침공은 아마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유일하게 실패한 군사작전으로 기억될 것이다.

 

레바논의 마론교 성당에서 예배의식이 진행되고 있다.

절망에서 희망이 보이는 나라 '레바논'

대통령이 없는데도 수도 베이루트의 행정은 그 기능을 발휘하고 있고, 사회질서는 오히려 이집트보다 나아 보였다. 적어도 쓰레기를 수거하는 차가 있고, 수돗물이 나오고, 전기가 나가는 횟수가 이집트보다 덜했다. 도시의 치안질서는 큰 문제가 없어보였다. 물론 이스라엘의 변경지대와 시리아의 변경지역에 가면 사정이 많이 다르다고 한다.

수도 베이루트의 안전이 유지되는 것은 군인들에 대한 교육이 잘된 탓이라고 설명한다. 모병제로 들어와 일단 군인이 되면 종파와 민족배경을 떠나 국가 이익과 국가 안전을 우선해서 일하는 정신교육을 철저히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인연과 배경을 중시하는 한국 사람으로서는 신기하게만 들렸다.

베이루트=황엽주 본지 중동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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