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간 평화 위한 제1회 레페스 심포지엄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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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다원주의 담론의 새 지평을 열기 위해서는 전통과 교리와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는 종교세계에 대한 영적 차원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동국대 김용표 명예교수는 레페스 포럼이 지난 11~12일 서울 성북동 씨튼영성센터에서 개최한 ‘불교와 기독교, 무엇이 같고 어디가 다른가’라는 주제의 제1회 레페스 심포지엄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주제발표에 나선 동국대 김용표 명예교수.

‘불교 공사상과 열린 포괄주의에서 본 기독교’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김 교수는 “일부 종교지도자간의 의례적 대화나 학자들의 학술적 대화는 그 한계가 있다”며 “종교지도자와 성직자들은 일반 신자에게 열린 대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즉, 종교간 대화의 대중화가 성공해야 참된 종교평화가 성취될 수 있다는 것. 그는 이를 위한 성숙된 종교인의 조건으로 ‘전통과 교리의 장벽을 넘어서 보편적 종교성을 체득하고자 하는 종교인’, ‘동체대비, 무아의 사랑 실천을 교리에 대한 신앙보다 우선하는 종교인’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종교현상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위대한 종교가 지닌 공동요소를 발견하고자 하는 지성인이 필요하다”며 “대화를 통해 이웃 종교에서 배우려는 태도를 지닌 신앙인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기 전통에 대한 비판과 재해석의 용기가 필요하다”며 “자기가 속한 교단을 향한 이기주의적 사랑보다 진리를 더 사랑해야 하고, 전통신학(문자주의와 근본주의)에 대한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해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불교와 기독교간 교리적으로 상충되는 이론들, 즉 ‘실체론과 연기론’, ‘초월종교와 내재종교’, ‘신본주의와 인본주의’, ‘타력종교와 자력종교’, ‘은총종교와 지혜종교’, ‘삼위일체와 삼신설’ 등의 대립된 난제를 해결할 해석학적 접점을 탐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이(不二)와 합일(合一)의 중요성, 즉 신인합일, 자연합일, 천인합일, 도통(道通) 등의 이념은 대상과 주관의 이원성(二元性)을 극복하고자 한다”며 “붓다의 정각 체험이나 예수의 성령체험, 도법자연(道法自然), 범아일여(梵我一如) 등의 체험은 우주적 실재나 그 원리 또는 궁극성과의 합일을 목표로 하는 공통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불이의 체험은 평화, 지혜, 사랑, 조화, 감사, 청정, 자비, 자타일체, 희열 등의 인류 보편적 종교성과 덕목을 인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원광대 원영상 교수는 ‘불교와 기독교의 대화’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종교간 대화는 종교가 가지고 있는 진리를 다른 프리즘을 통해 살펴봄으로써 그 종교 자신은 물론, 이웃 종교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게 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선 당연히 상대방의 핵심 교의를 진지하게 탐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다양한 종교들 가운데 단연 불교와 기독교는 독보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양 종교의 대화는 결국 다른 종교 간의 대화를 촉진시킬 것임에 틀림이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불교와 기독교의 대화는 어떻게 보면, 양대 문명의 대화라고 할 수 있다”며 “유럽문명의 모체인 기독교가 아시아에 토착화해 가는 과정과 인도에서 탄생한 불교가 다양한 아시아 문화와 화학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은 새로운 정신문명을 창출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에, 이를 염두에 두고 대화를 한다면 무한한 기쁨이 솟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불교와 기독교의 이질적인 부분보다 두 종교 간의 동질성에 주목한 발표도 다수 나와 눈길을 끌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이찬수 교수는 “불교와 기독교는 같은 실재를 달리 표현하는 위대한 가르침이다”며 “기독교적 인생 궁극의 목적이 영적인 몸을 입고 하느님의 세계에서 영원히 사는 것이라면 불교에선 절대적인 평화와 희열의 세계인 열반으로 들어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양대 이도흠 교수는 “타자의 깊은 관계를 통찰해 나의 욕망을 줄이는 것이 연기적 깨달음의 출발이다”며 “가장 높은 자인 예수가 가장 낮고 천한 마구간서 태어나는 비움에서 구원의 깨달음은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협성대 이관표 교수는 “기독교와 불교는 힘 숭배나 자기보존 욕망에 집착하지 않고 나약함을 받아들이기 위해 애쓰는 종교다”며 “두 종교가 나약함을 받아들이려하고, 나아가 스스로를 비우고 포기하라고 가르치는 모습은 결코 단순한 종교의 논의에 머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종교간 평화 위한 제1회 레페스 심포지엄 전경.

이밖에 순천향대 송현주 교수, 성균관대 류제동 초빙교수, 은유와마음연구소 대표 명법 스님이 불교 측으로, 일본 난잔대 김승철 교수, 해방신학연구소 김근수 소장, 서울기독대 손원영 교수,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정경일 원장이 기독교 측으로 참석해 각각 발제와 토론에 나섰다.

한편, 이번 심포지엄을 주최한 ‘종교 평화를 위한 토론 모임’인 레페스 포럼(REPES·Religion and Peace Studies)은 “종교 평화를 위한 활동이 일회성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며 “종교 간 평화를 위해 불교와 기독교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살피는 심포지엄을 열게 됐다”고 밝혔다.

김현태 기자

[종교평화를 선도하는신문] 기사제보: jknewsk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