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는 과연 약진했는가?’ 특별포럼 열려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인쇄하기
  • 이메일보내기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정재영 교수는 5일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서 개신교 인구가 1백만명 이상 증가한 것은 개신교의 진정한 성장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자만을 버리고 한국교회가 감당할 올바른 사회적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청어람 ARMC와 학원복음화협의회, 한국교회탐구센터가 서울 종암동 성복중앙교회에서 공동 개최한 ‘개신교는 과연 약진했는가’라는 주제의 특별포럼을 통해 “개신교 공신력 회복을 위한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인구센서스에 나타난 종교 인구 변동의 의미’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그는 “개신교 인구는 1995년 19.4%, 2005년 18.2%, 2015년 19.7%로 2005년에 감소한 이후 다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비율은 1.5% 증가지만 인구수로는 120만명 가량 늘어난 수치다”고 소개했다.

발제에 나선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정재영 교수.

또 “가톨릭 인구는 1995년 6.6%, 2005년 10.8%, 2015년 7.9%로 소폭 감소했고, 불교 인구는 1995년 23.2%, 2005년 22.8%, 2015년 15.5%로 계속 감소 추세다”며 “특히 10년 사이에 300만명 정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큰 특징 중 하나는 개신교 인구가 968만명으로 집계돼 불교를 앞질러 국가 통계조사에서 처음으로 최대 종교로 등극했다는 점이다”며 “이는 일견 반가운 일이나 매우 의아한 결과이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그 이유는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등 주요 교단 통계에서 교인 수는 최근 지속적인 감소세로 보고됐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주요 교단의 교인 수가 줄었는데도 개신교 인구가 늘었다면 네 가지 요인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며 그 요인으로 ‘자연 증가분’, ‘탈교인’, ‘비주류 교단의 성장’, ‘이단 교도의 증가’ 등을 꼽았다.

정 교수는 “이러한 네 가지 요인에서 추산한 수치를 모두 더하면 80만명 안팎이 되는데 여전히 40만명 정도는 설명되지 못한다”며 “결국 조사 방식 차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5년 조사의 오류 가능성이 있다”며 “1995년 이전의 ‘개신교(기독교), 천주교’를 2005년 조사에서 ‘기독교(개신교), 기독교(천주교)’로 바꿈으로써 개신교라는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개신교인의 상당수가 ‘기독교(천주교)’에 응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05년 조사를 오류로 본다고 해도 가톨릭 인구가 감소한 것으로 나온 이번 결과는 교황 방문 등으로 가톨릭이 약진할 것이라는 대체적인 종교계 예상과 다르다”며 “여러 조사에서 꾸준히 가장 호감과 신뢰도가 높은 종교로 나온 결과와는 맞지 않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고 덧붙였다.

또한 “인구센서스에서 종교 조사를 10년마다 하는 것은 종교인구 변동이 크지 않기 때문인데 불교 신자가 30%, 인구수로는 311만명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온 것은 다소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며 “이는 기존의 방문 조사 방식에서 온라인 중심의 샘플조사 방식으로 바뀜으로써 불교 신자수가 현격하게 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번 인구센서스 결과에서 더욱 주의 깊게 볼 부분은 무종교인의 증가였다”며 “종교가 없다고 응답한 인구 비율이 전체의 56.1%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나이별로는 20대가 64.9%로 가장 높았고, 10대(62%), 30대(61.6%), 40대(56.8%) 순이었다. 종교 인구 감소폭은 40대(13.3%p), 20대(12.8%p), 10대(12.5%p)에서 상대적으로 컸다.

이에 대해 그는 “전체적인 종교인구가 줄었다는 것은 기성 종교가 현대인들에게 적절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며 “특히 20대에서 무종교인이 가장 많다는 것은 취업이 어렵고 삶의 여건이 팍팍한 이들에게 종교가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한결 같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도구화된 종교는 사람들의 의식이나 태도 또는 행위의 측면에서 중요한 변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며 “기성 종교들이 현대인의 삶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초기 한국교회는 남녀 및 신분 차별을 철폐하며 사회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감당했다”며 “개신교가 사회의 신뢰를 받기 위해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공공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책임 있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앤컴리서치 지용근 대표도 ‘종교인구 조사결과, 신뢰할 만한가’라는 주제의 발제에서 “인터넷 조사가 개신교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며 “불교나 가톨릭에 비해 개신교에 고학력자가 많고, 젊은 세대 중 다른 종교에 비해 개신교인이 많은 점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개신교는 과연 약진했는가?’ 특별포럼 전경.

그러면서 “통계 결과와는 달리 개신교의 미래는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개신교 인구는 10~30대까지 감소 현상을 보이고 있고, 40대 이후부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50대 이상 연령층은 총인구 증가율보다 더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어 개신교가 고령화 추세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이밖에 기독교방송 CBS 변상욱 대기자가 ‘개신교 증가의 이면상황을 직시하자’, 청어람 ARMC 양희송 대표가 ‘샤이(shy)-개신교와 강한 정체성의 딜레마’를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이번 포럼은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나타난 ‘기독교인 123만명 증가’ 결과를 놓고 과연 개신교가 약진한 것인지에 관해 분석하고,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김현태 기자

[종교평화를 선도하는신문] 기사제보: jknewsk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