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종교개혁 500주년 맞이 이야기 마당 개최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인쇄하기
  • 이메일보내기

교회 공동체의 투명한 재정 운용을 위해 ‘정기적인 재정보고’와 ‘외부 재정 감사 제도’를 도입하고, 각 교회가 이와 관련된 정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정재영 교수는 지난 22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개최한 ‘투명한 재정, 신뢰받는 교회’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통해 “교회 재정은 단순히 자금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문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교수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준비하는 한국교회 재정’이라는 주제의 발제에서 “루터가 비텐베르크 교회 문에 95개 반박문을 써 붙이게 된 데에는 부정한 교회 재정이 촉발 요인이 됐다”며 “현재도 헌금이나 재정 관련 문제 때문에 교회가 조롱거리와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전제했다.

발제에 나선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정재영 교수.

또, “오늘날 교회는 형편이 어려운 가운데 서로 돕기 위해 드려졌던 ‘연보’의 의미가 퇴색됐을 뿐만 아니라 물질주의로 심하게 덧입혀졌다”며 “성도들의 헌금으로 이뤄진 교회 재정이 투명하고 엄정하게 집행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연이은 교회 부도 사태가 교계와 일반 언론에서도 큰 이슈가 된 바 있는데, 2012년까지 경매에 나온 교회가 매년 100건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대부분 교회 건물을 무리하게 크게 짓다가 빚더미에 올랐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돈과 교회의 관계에 대해 “돈은 초탈해야 할 존재지만 헌금을 해야 하고, 교회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는 일종의 아이러니다”며 “재정 문제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신뢰받는 종교 단체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교회가 공동체라는 점에서 생각해 볼 때, 교회 재정의 사용에 대해서 소수 특정인이 권한을 갖고 은밀하게 집행하기보다는 교회 구성원 모두가 신뢰할 만한 방법으로 투명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모든 성도가 공동으로 인식할 수 있는 재정원칙을 마련해 사회적 공신력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평신도는 헌금을 드릴 의무만 있을 뿐 헌금의 사용에 대해 관여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배제돼 있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교인들이 헌금 사용에 관한 의사 결정에 참여하게 되면, 주체 의식이 강해지고 헌금이 필요한 곳에 바람직하게 사용되는 것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헌금에 대한 동기부여가 생길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정 교수는 “우선 교회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그 실천 방안으로 ‘정기적인 재정보고’, ‘외부 재정 감사 제도 도입’, ‘각 교회별 정관 마련’ 등을 제시했다.

특히 “가장 기본적인 것이 정기적인 재정보고다”며 “이를 제대로 하지 않는 이유는 모든 교인들에게 재정 보고를 하는 것이 번거롭기도 하고, 또한 이로 인해 이러 저러한 말들이 생기면 목회를 하는 데에 효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가 기업처럼 영리조직에서 하는 것과 같이 신속성이나 효율성을 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조직은 아니다”며 “교회는 공동체이고 공동체성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에 함께 고민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할 때까지 이해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성도들이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고자 교회에 바친 헌금으로 이뤄진 성스러운 의미를 담고 있는 교회 재정이 개교회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고 있고, 그마저도 부정한 방법으로 사용돼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현실은 매우 참담하게 느껴진다”며 “이런 점에서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재정 사용의 공공성이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독교인들이 형편과 관계없이 자신의 신앙고백으로 십일조 헌금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회 역시 규모나 형편을 떠나서 재정의 일정 부분을 사회를 위해 사용하도록 의견을 모을 필요가 있다”며 “이제 교회 재정을 공동체의 문제로 이해하고, 교회의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더 투명하고 건전하게 운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바람직한 교회의 재정관리’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NCCK 박성배 교회재정투명성위원은 “교회의 재산은 어느 개인의 소유도 아니고 그렇다고 교회 구성원의 지분권이 있는 공동재산도 아니다”며 “다만 지분권이 없는, 공동결의에 의한 그 결의권을 통해서만 총유권자로서의 권리 행사가 가능한 교인의 총유재산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회 재정 운영과 관련해 오늘날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 중 하나는 극소수의 몇몇 사람이 교회 내의 모든 문제를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비밀스럽게 집행하는 것이다”며 “이는 재물에만 눈이 멀어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종교개혁 500주년 맞이 이야기 마당 전경.

또, 그는 “올바른 재정관리를 위해서는 수입에서 지출에 이르기까지 예산을 편성하고 그 예산에 따라 투명하게 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교회 내 결의기구를 거쳐 내부의 제3자인 감사위원회나 외부의 회계감사를 받은 후 전 성도에게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CCK 산하 종교개혁500주년기념사업위원회와 교회재정투명성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세미나는 한국교회의 재정관리 투명성 제고와 공공성 회복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따라 ‘종교개혁 500주년 맞이 이야기 마당’이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한편, 교회재정투명성위원회는 이번 포럼을 통해 ‘투명한 재정과 신뢰받는 교회’라는 재무처리 기준의 해설집을 출판·보급했다. 이와 함께 내년에는 실무자들의 재정 관리에 대한 지침도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다.

김현태 기자

[종교평화를 선도하는신문] 기사제보: jknewsk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