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평화연구원 전우택 원장은 지난 17일 “분단은 우리 민족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준 사회적 트라우마로, 이는 평화통일과 사회통합의 수많은 난제 해결을 통해 치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원장은 CBS(사장 한용길)와 한반도평화연구원(이사장 김지철)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실에서 개최한 ‘평화통일과 사회통합’이라는 주제의 제2차 공동기획 특별포럼을 통해 “통일은 치유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조발제에 나선 전우택 한반도평화연구원장.

그는 ‘통일은 치유다!-통일 준비를 위한 사회통합과 사회치유’라는 주제의 기조발제에서 “한반도에서 살아온 한국인들에게 대규모의 사회적 트라우마는 여러 차례가 있었다”며 “그중 근현대사에서 겪은 최대의 트라우마는 분단과 한국전쟁 그리고 냉전적 대결에 따른 수많은 비극적 일들이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한국전쟁으로 인해 남한 전체 인구 2000만명 대비 4~5%, 북한의 경우 전체 인구 약 1000만명 대비 13~14%가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사망자들의 직계가족들만으로도 남한의 경우 전체 인구의 20~25%, 북한의 경우 50~60%가 연계됐다는 것은 이 트라우마가 얼마나 깊은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전 원장은 “북한은 김일성 1인 독재와 우상화, 경제적 낙후에 대한 합리화 등을 목표로 정치적 선전을 정당화하기 위해 분단과 전쟁에 의한 트라우마를 자신들의 정권 유지를 위해 역이용했다”며 “트라우마 통치는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북한 정권이 유지되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됐다”고 분석했다.

또, “유감스럽게도 이런 양상은 일정 부분 남한에서도 존재해 왔다”며 “분단과 전쟁 그리고 이어진 냉전적 대립은 남한에 있어 정상적인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데 큰 장애가 됐다”고 지적했다.

전 원장에 따르면, 민주주의가 아무리 중요해도 일단 ‘생존의 보장’, 즉 ‘안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논리가 국민들의 의식 속에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트라우마에 의한 상처’를 집권과 권력 유지의 도구로 과도하게 사용하는 일이 남한에서 상당 기간 지속적으로 있었다는 것.

그는 “남한은 사상적 분단과 전쟁의 트라우마를 ‘경제개발’이라는 ‘비(非)사상적’ 사안에 집중하면서 스스로를 정당화한 측면이 있었다”며 “남한의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은 일정 부분 그런 트라우마의 상처를 극복한 중요한 업적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은 미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극도의 부정적 태도와 두려움, 회피적 태도로 인해 자폐적 폐쇄성을 가지게 됐다”며 “그로 인한 ‘피해망상’은 결국 핵개발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전 원장은 “이처럼 주적으로서의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안보문제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일이다”며 “그것은 당연히 국가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서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그러나 그 안보에 대한 논의는 ‘통일’을 전제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며 “‘영원한 분단’을 목표로 하는 안보는 잘못된 것이기에 통일을 위한 더 적극적인 생각과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고 회복하고 그래서 더욱 성장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선택과 결단에 달려 있다”며 “정신의학과 심리학의 ‘외상 후 성장’처럼, 트라우마를 통해 상처와 질병을 얻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런 트라우마를 통해 더 성장하고 성숙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 원장은 “이념적·경제적으로 큰 차이를 가지게 된 한반도의 두 집단이 평화와 인권, 상생을 위해 하나로 합치는 결단을 내리고, 그 이후 통합 과정의 수많은 난제들을 성숙하게 잘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모든 상처들을 치유할 때 성장과 성숙이 함께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렇게 찾아온 통일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분열과 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짐은 물론, 인류의 정신사에 거대한 전진을 만들어 낼 것이다”며 “그래서 통일은 치유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윤덕룡 선임연구위원이 ‘통일을 위한 경제통합’, 이화여대 김석향 북한학과 교수가 ‘통일을 위한 사회·문화 통합’, 장로회신학대 임성빈 총장이 ‘통일과 한국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각각 발표에 나섰다.

윤덕룡 연구위원은 “현재의 상황을 기준으로 보면 남북한간 가장 먼저 추구해야 할 것은 평화정착이다”며 “남북한간 경제통합도 한번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임성빈 총장은 “역사적인 경험이 전혀 다른 새로운 세대가 이제 곧 주류로 등장한다”며 “그래서 이제는 진보와 보수 간의 갈등을 봉합하는 것 못지않게, 세대 간의 소통과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통일을 위한 중차대한 과제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제2차 CBS-한반도평화연구원 공동기획 특별포럼 전경.

이밖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장혜경 선임연구위원과 숭실대학교 김회권 기독교학과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여해 ‘평화통일과 사회통합’을 위한 실천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한편, 이날 특별포럼은 북핵 문제 등으로 한반도 평화가 위협당하는 가운데 탈북자 3만명 시대를 맞아 이들을 위한 사회통합 방안과 통일을 대비한 경제적, 사회문화적 준비 등 구체적이며 정교한 통일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지난 9월5일 1차에 이어 2차 행사로 기획됐다.

김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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