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평화포럼, 성남통일토크쇼 개최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인쇄하기
  • 이메일보내기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은 지난 13일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흡수통일론은 대박이 아니라 경제적·사회적으로 엄청난 부담이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장관은 한반도평화포럼과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경기도 성남시청 온누리홀에서 개최한 ‘통일은 과정이다’라는 주제의 통일토크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흡수통일론을 경계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

그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점진적 평화통일만이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번영·발전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도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정치적 통일이 허용되지 않는 국내외 정세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슬기로운 평화통일 방책은 독일통일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임 전 장관은 “서독은 일관성 있게 동·서독이 서로 오고가고 돕고 나누며 통일된 것과 비슷한 ‘사실상의 통일’ 상황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는 동독을 고립화하는 정책을 버린 ‘접촉을 통한 변화’, 즉 동방정책이 낳은 ‘합의에 의한 평화통일이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붕괴와 흡수통일의 환상에 사로잡힐 것이 아니라, 동·서독이 그러했듯이, 우선 남북이 서로 오고가고 돕고 나누며, 정치적으로는 통일되지 않았지만 경제·사회·문화적으로는 통일된 것과 비슷한 ‘사실상의 통일’부터 실현하자는 것.

그는 “평화통일은 갑자기 이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단계적으로 이룩해 나가는 것, 즉 통일은 과정이다”며 “우리가 ‘사실상의 통일’ 상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선(先) 핵 폐기, 후(後) 관계개선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으로 미·북관계 개선을 견인하면서 북핵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더불어 살아가야 할 북한을 적이요 악마로 몰아 제재하고 굴복시키려 해선 안 된다”며 “화해와 교류, 협력을 통해 대결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인 북한을 포용해 핵무기와 미사일이 필요없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전 장관은 “남북관계를 개선·발전시킬 방책은 이미 마련돼 있다”며 “그동안 남북이 지혜를 모아 합의한 3대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 6·15남북공동선언, 10·4남북정상선언)와 6자회담 9·19공동성명에 제시돼 있는 합의들을 준수·이행하며 계승·발전시켜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우선 전제조건 없는 대화부터 시작해 중단된 남북 접촉과 교류 협력사업을 재개해야 한다”며 “교역투자·남북왕래와 대북 지원사업 등을 비롯,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 재개 그리고 민간교류와 함께 지방자치단체의 대북협력사업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열린 통일토크쇼에선 이재명 성남시장,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 패널로 나서 ‘흡수통일론의 허상’,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풀 수 없는 북핵문제’ 등을 비롯해 ‘사실상의 통일을 위한 북한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임 전 장관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이재명 시장은 “중국의 황하강이 늘 흐려 맑을 때가 없다는 뜻의 ‘백년하청’이라는 말은, 아무리 오랜 시일이 지나도 어떤 일이 이뤄지기 어려움을 이르는 말이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그렇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대화는 단절됐고,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자 남북경제협력 모델인 개성공단은 폐쇄됐다”며 “지금 이 순간도 평화는 점점 멀어지고, 전쟁위협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토크쇼 패널로 나선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이재명 성남시장,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왼쪽부터).

정세현 전 장관은 “통일대박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착각과 환상에서 출발한 정책이다”며 “두 얼굴의 존재인 북한은 군사적으론 적대적이지만 통일의 동반자이기 때문에 제재하더라도 기회가 되면 우리와 국제사회가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제정치의 현실 차원에서 보면 독자 핵무장·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허황된 주장이다”며 “내년 대선전략 차원에서 보면 이런 주장은 야권을 종북 프레임에 가둘 수 있는 좋은 이슈다”고 말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압박과 제재로 일관하는 현 대북정책은 우리에게 더 피해를 주는 자해정책이다”며 “북한은 운명적으로 떼어놓을 수 없는, 무시하고 살 수 없는 존재로 함께 가야 할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제재와 압박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며 “쿠바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탈북자가 나온다고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전 장관은 “대화 시작의 목적은 신뢰를 쌓아 나가기 위해서다”며 “그렇게 되면 국민들은 전쟁 공포, 안보 불안감 없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전 장관은 “대북문제를 다룰 때 협상하자고 하는 사람을 종북으로 몰아가는데 이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며 “한반도는 대결이 아니라 평화가, 갈등이 아니라 협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종북몰이에 대해 이 시장은 “진실에 기초하지 않은 공격은 허깨비같은 것이다”고 규정하며 “허위공격은 정면으로 맞닥뜨려 돌파해야 하고, 나아가 진실에 기초해 합리적으로 운영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사드도 그렇고 개성공단도 어느 날 갑자기 발표했는데, 이는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밀실정책임을 보여 주는 사례다”며 “국민 여론 수렴, 국회 동의도 하지 않은 것, 이게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시점에 국민의 감시와 토론이 꼭 필요하다”며 “그 정책의 최종적 효과는 우리 삶에 귀속되기 때문이다”고 국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밖에 이 시장과 이 전 장관은 보수와 진보진영 논란에 대해 “우리 사회에 보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집단이 과연 보수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그들은 보수가 아니고 비정상이다”고 말했다.

그들은 “국방, 외교, 안보를 중요시하는 게 보수정권인데, 구멍나는 방탄복을 주고 물에 가라앉지 않는 잠수함을 만드는 것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며 “남북분단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집단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대화와 타협에 대해선 “하루빨리 조건 없는 남북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며 “화해와 협력, 긴장완화를 위해 한반도 내적동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형식과 방법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역사적 경험은 우리가 주도권을 갖지 못할 때 국제관계에서 고립돼 우리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똑똑히 보여 준다”며 “우리가 적극 개입해 판을 주도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 길이다”고 조언했다.

한반도평화포럼이 주최한 성남통일토크쇼 전경.

한편, 이재정(전 통일부장관) 경기교육감은 이날 축사를 통해 “통일은 문득 갑자기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며 “낙수가 모여 바위 뚫듯이 끊임없는 노력이 모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크콘서트는 남북관계 위기상황 해결방안과 평화와 통일을 향한 해법 등을 모색하는 자리로 성남시가 후원하는 가운데 마련됐다.

김현태 기자

[종교평화를 선도하는신문] 기사제보: jknewsk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