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언협, 남북교류 전문가 이지범 소장 초청 강연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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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향한 과정은 우선 양측 간 신뢰를 쌓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휴전선을 넘어 개인과 집단 간 솔직한 대화와 공동이익 추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사)고려대장경연구소 이지범 소장은 지난 19일 한국불교언론인협회(회장 이재우·이하 불언협)가 서울 경운동 불교저널 회의실에서 개최한 초청 강연회를 통해 “남북 간의 교류에서 민간차원의 참여는 윤활유와 같은 기능을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북한 불교교류와 통일프로세스’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이 소장은 “분단 반세기동안 남북한의 관계는 열림과 닫힘의 과정을 거쳐 왔다”며 “관계의 급진전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전체에 지각변동을 일으켰고, 닫힘은 곧 한반도에 대립구도를 재생산시켰다”고 말했다.

‘남북한 불교교류와 통일프로세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 이지범 소장.

또, “2000년 6월 채택된 남북공동선언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북미, 북일 등의 관계를 급속히 개선하는 계기를 만든 소중한 성과였다”며 “더욱이 민족의 화해와 통일의 이상적인 꿈이 현실적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었다는 것은 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과 경의선 철도재건을 비롯한 남북 간의 경제협력 및 문화교류 등이 다양하고 활발하게 진행됐다”며 “그러나 이러한 관계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김정은 정권 때로부터 거의 단절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대사회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는 북한사회의 체제적인 딜레마를 한두 가지 어젠다로 국한해 해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김정은 체제 하의 북핵문제, 경제난 등 남북한 관계에 존재하는 현재적 상황에 대한 실질적인 인식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현재 남북 간의 경색된 분위기 속에서 어떤 형태로든 남북한의 조기 통일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한반도에서의 통일은 일회성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을 향한 과정에서 우선 양측 간 신뢰를 쌓는 것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것. 이를 위해 솔직한 대화와 공동이익 추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양 진영 간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한 공식·비공식적 상호 교류를 통한 네트워크를 넓혀가야만 가능하다”며 “통일과정에는 남북한 중 어느 한쪽이 너무 빠른 교류로 말미암아 현재의 사회 질서를 위협한다는 우려가 제기되지 않도록 속도조절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반도 사드배치 문제를 비롯해 남중국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과 미국의 군사적인 거점화 전략의 끝판, 동아시아의 블랙홀에 남북한이 함께 빨려 들어가고 있는 위기 국면에 직면한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이런 점에서 벗어나 남북이 대립이 아닌 통일로 가는 길에는 ‘종교의 유연성’을 통해 남한 지도자들의 인식을 전환시키거나 북한체제의 변화를 유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또, “큰 틀에서의 정책은 양 국가 차원의 추진이 필요하더라도 남북한의 종교교류는 실질적인 당사자들의 교류·협력적 사고가 요구된다”며 “종교교류에 있어서 균형적 사고와 정책은 2008년까지 북한불교와의 파트너십을 형성하고자 노력한 여러 과정들을 통해 다시 점점하고 수립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는 “다시 재개될 수밖에 없는 종교교류의 준비 작업이기도 하다”며 “민간과 종교의 교류조차 통제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불교인들이 통일과정과 불교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 등을 검토하고 수립할 수 있는 일종의 주어진 시간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 소장은 “분단과 갈등의 상황에서도 종교가 인간의 행복을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최상위 목표로 둬야 한다”며 “불교가 통일운동에 동참해야 하는 것도 결국, 통일로부터 우리 민족의 행복과 미래가 담보되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과 북의 긴밀한 협력 관계가 발전적으로 이뤄질 때, 양 진영간 긴밀한 관계는 곧 ‘통일환경’을 조성하면서 평화통일을 가능하게 한다”며 “이는 곧 남북한 불교의 문제도 같이 풀어갈 수 있는 계기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그런 점에서 남북 간의 교류와 협력은 정부차원의 대책이 우선할 수 있겠지만, 민간차원의 참여는 윤활유와 같은 기능으로서 교류와 협력에 보다 창의적으로 응용된다”며 “북한 불교와의 교류는 그들의 실질 가능한 교류성을 파악하고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민간차원의 종교가 남과 북에서 상호 공조하는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길이 돼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의 길에 종교 즉, 불교계만이라도 먼저 오늘날 한반도에 드리우고 있는 전쟁위기의 국면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우리 민족과 불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서로 행동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불언협이 마련한 이지범 소장 초청 강연회 전경.

또, 그는 “더욱이 우리들이 바라는 평화통일은 남북의 이념과 노선으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 스스로가 극복하는 것에 달려 있는 현실의 문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를 위해 남북한 당국을 비롯해 양국의 종교, 문화, 학술 등 각 분야에서 서로가 서로를 더 이해하고 사랑하며 존중할 때, 남북한의 교류와 협력의 증진은 물론 통일 과정까지도 보다 앞당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불언협은 불교 교류를 통해 남북 간 평화와 화해의 길을 모색해 보고자 이번 초청 강연회를 마련했다. 이지범 소장은 1994년부터 20여년간 불교계 민간 교류단체인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 사무국장 등을 역임한 남북불교교류 분야의 전문가다.

김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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