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교연합 제83차 평화포럼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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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저항하며 기존의 굳은 경계를 넘어왔던 종교가 ‘공동의 주체성’을 공유하며 ‘같이 사는 공동체’를 모색해야 할 때를 맞이했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이찬수 교수는 지난 19일 한국종교연합이 서울 경운동 수운회관에서 개최한 ‘종교와 공동체문화’라는 주제의 제83차 평화포럼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포럼에 참가한 김대식 강사, 이찬수 교수, 사회자 경희대 임형진 교수, 윤석산 교수, 해봉 스님(왼쪽부터)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이 교수는 ‘평화공동체는 가능할까’라는 주제의 발제에서 “공동체의 사전적 의미는 ‘생활이나 행동 또는 목적 따위를 같이 하는 집단’이라고 한다”며 “이때 집중할 것은 문장 후반부의 ‘같이 하는 집단’인데 공동체를 공동체 되도록 해주는 것은 ‘같이 하는’ 자세에 있다”고 말했다.

또, “집단 자체보다는 ‘같이 함’이 공동체의 실질적 근간이다”며 “‘같이 함’은 획일적 통일이 아닌 ‘어울림’이고, 어울림은 ‘나’의 일방적 자기 확장이나 개체들의 물리적 집합이 아닌, 서로가 서로를 수용하는 조화로운 상태다”고 설명했다.

그것이 ‘동(同)의 공유(共)’라는 것. ‘같이’ 하는 주체가 ‘나’만을 내세우지 않고, 내 안에 ‘너’를 수용하는 자세와 방식의 공통성이 ‘동의 공유’, 즉 ‘같이’의 핵심으로 ‘같이’ 하는 자세가 ‘우리’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그이 지론이다.

이 교수는 “‘같음(同)’을 공유(共)한다며 타자에게 자기 기준을 들이대면, 그 때 타자는 실종된다”며 “‘너(You)’는 사라지고 ‘나들(Is)’만 남는, 즉 ‘너’를 일방적으로 내게 끌어오려 하는 순간, ‘너’의 ‘얼굴’은 사라지고 따라서 ‘우리’도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나와 네가 서로 어울리는 최소 공동체가 ‘우리’라면, ‘같이’를 자기중심적으로 상상하는 곳에서 ‘우리’는 없고 ‘공동’체도 불가능해진다”며 “‘너’를 살리는 곳에서 공동체도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나와 너의 교집합적 운동, 서로가 서로 속으로 들어가 상호 변화시키며 만들어내는 운동이 ‘우리’다”며 “비유하자면 ‘우리’는 비빔밥처럼 다양한 재료들이 서로 녹아들어가 내는 새로운 맛과 같은데, 저마다의 고유한 맛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새로운 종합적 맛으로 승화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새로운 맛으로의 승화는 나 혼자만의 주체성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주체성을 형성해간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내가 너와 함께 우리가 된다는 것은 나와 네가 고립된 홀로주체성을 벗어나 보다 확장된 공동의 주체성을 형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우리’에는 분명히 같이 할만한 공통의 그 무엇이 담겨있다”며 “그 공통의 무엇을 확장시켜온 고전적인 기제 중 하나가 종교다”고 제시했다.

종교는 공통의 무엇을 공유하고 세계적으로 확장하면서 오늘날의 세계화 현상에 공헌하기도 했다는 것.

이 교수는 “개인의 내적 신앙을 중시하며 ‘자기만의 신’을 추구하는 경향이 기존의 수직적 위계와 범주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질서의 기초를 놓았고, 새로운 경계를 세워가는 동력으로 작용해왔다”며 “이는 혈연, 지역, 민족을 넘어서는 종교적 보편성이 오늘날의 세계화 현상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는 뜻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처럼 종교가 시대적 산물이면서도 시대에 저항하며 기존의 굳은 경계를 넘어왔듯이, ‘동(同)’을 ‘공유(共)’한다며 타자를 제거하는 폭력적 ‘나들(Is)’의 집단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공동의 주체성’을 공유하며 ‘같이(共) 사는(存)’, 공존체(共存體)를 모색해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동학의 공공성과 공동체 삶에의 전망’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한양대 윤석산 명예교수는 “동학의 가르침 안에는 19세기라는 타락한 시대적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와 방향이 담겨져 있다”며 “뿐만 아니라 20세기 더 나아가 현대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대안으로도, 오늘의 많은 지식인들로부터 거론되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공동체는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 이상의 추구 대상이면서, 동시에 인간과 인간이 서로 어울려 사는 사회 구조의 한 형태다”며 “동학이 추구하는 이상 역시 공동체를 이룸으로써 향유하고자 하는 행복한 삶이다”고 소개했다.

또, “만유와 더불어 우리의 삶 자체를 신성한 삶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하는, 곧 동학이 지향하는 삶이 우주공동체로서의 삶이다”며 “우주공동체적인 삶을 이루고자 동학과 오늘의 천도교에서는 서로를 동덕(同德)이라 부르는데, 이는 한울님의 덕에 의한 공동체를 이룩하고 있음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대한불교조계종 미래사 주지 해봉 스님과 대구가톨릭대학교대학원 김대식 종교학과 강사가 토론자로 참여해 ‘종교와 공동체문화’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한국종교연합이 주최하는 제83차 평화포럼 전경.

이와 관련, 한국종교연합 박남수 상임대표는 이날 개회 인사말에서 “공동체문화를 위해 ‘네 마음속에 내가 있고 내 마음속에 네가 있다’는 ‘오심즉여심’의 가르침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오늘 포럼을 통해 ‘오심즉여심’의 희망을 만들어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종교연합은 갈등이 사라진 평화세계를 건설하려는 온 세계 종교인의 연합기구로 지난 2000년에 창립된 비영리민간단체다. 그동안 국내 종교 간의 갈등 해소를 위한 노력은 물론, 세계 종교인들과 연대해 평화세계 만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김현태 기자

[종교평화를 선도하는신문] 기사제보: jknewsk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