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향상포럼 창립식 및 제1회 세미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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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의 불교학은 유물의 실용성에 대해선 논하지 않고 학문적 지식만 갈구하는 실정에 놓인 ‘박물관 불교학’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울산대학교 철학과 박태원 교수는 지난 15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한국불교 향상포럼(공동대표 법인 스님·박태원 교수) 창립 세미나를 통해 “한국불교에 실용적 불교학이 새롭게 요청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울산대 박태원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박물관 불교학과 실용 불교학’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박 교수는 먼저 “전시 유물과 관련된 문헌을 수집·연구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유물을 분석해 유물의 양식과 차이, 계보와 체계 등을 이론화시키는 박물관적 관심이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서구 불교학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물관적 관심이 추구하는 것은 ‘유물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지 ‘유물의 실용성’이 아니다”며 “서구에서 시작된 불교학은 ‘불교’라는 전시 유물에 대한 서구인의 관람자적 호기심의 산물인 ‘박물관 불교학’이다”고 정의했다.

그는 “이러한 서구 불교학, 즉 박물관 불교학과는 달리 한국불교는 학문적 가치와 사용적 가치를 모두 중시하고 탐구해 삶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답안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현재 불교학의 연원을 반성적으로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교가 ‘어떤 것’이냐를 묻기보단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를 목적으로 현실 문제 해결 능력을 구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그는 “박물관 불교학은 불교학을 박물관에 진열된 유물처럼 연구하고 보존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다”며 “반면 실용 불학은 불교 본연의 문제해결 능력에 초점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즉, 실용 불학을 추구해야 한다는 박 교수는 “문제 해결력에 주목하고 더 나은 해법 모색이 필요하다면 전통문헌과 교학에 대한 상이한 가치배분과 새로운 구성도 시도해야 한다”며 “문제해결력에 초점을 맞추면 문헌·교학에 대한 이해도 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실용 불학이 추구하는 문제 해결력은 ‘학문적 깊이’에서 확보돼야 한다는 것. 덧붙여 그는 “학문적 역량으로 실용 불학을 지향하려면 ‘자기의 생각’을 현재어에 담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한국불교학은 이제 불교문제 해결력에 집중하는 ‘실용 불학’을 구성해 나가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실용 불학의 구성은 근현대 불교학의 속성에서 낯선 길일 수밖에 없으나 불교 본연의 생명력을 복원하기 위해선 반드시 걸어야 하는 길이다”며 “낯설고 힘들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한걸음씩 차츰 걸어가는 것이 한국불교가 요구하는 시대적 요청이다”고 전했다.

이날 세미나는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불교적 해법으로 풀어보고 한국불교의 지향점을 모색하기 위한 ‘한국불교 향상포럼’의 창립식과 함께 열렸다.

창립식에는 공동대표 법인 스님과 박태원 교수 외에도 운영위원으로 김재성 능인대학원대학교 교수, 류지호 (주)불광미디어 대표, 박재현 신대승네트워크 협업미래센터소장, 조성택 고려대 교수, 한형조 한국학대학원 교수, 황순일 동국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법인 스님은 “불교가 지향하는 것이 중생의 삶을 드높이는 것이라 생각해 ‘향상’포럼이라 이름 지었다”며 “내용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지금 여기 현실의 문제에 대한 불교적 문제해결력’을 탐구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을 만들고자 한다”고 창립 취지를 밝혔다.

조성택 교수는 “종교는 이야기인데 언제부터 교리가 중심이 됐다. 교리로 세상을 이해할 수 있지만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며 “이야기를 모아 더 큰 이야기로 만들어가는 게 필요한데 향상포럼은 불교활동가, 학자, 스님 등이 모여 불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공유하는 마당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불교 향상포럼은 창립선언문을 통해 “한국불교의 미래는 ‘일상과 세계에 관한 불교적 문제해결력’을 어떤 수준과 내용으로 확보하고 발전시키는가에 달려 있다”며 “열린 성찰로 ‘붓다 법설의 문제해결력’을 제대로 복원·발전시켜 이를 구현해 가기 위해 지성의 공동협업을 시도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불교 향상포럼 창립식 및 제1회 세미나 전경.

한편, 한국불교 향상포럼은 매월 셋째 주 금요일 오후 7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주제별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세미나 주제는 △5월20일 ‘고타마 싯닷따는 어떻게 붓다가 될 수 있었나’ △6월17일 ‘새로운 불교 서사의 재구성’ △7월15일 ‘불교에서 지속가능한 행복은 가능한가’ △8월19일 ‘탐욕 분노 무지의 인간학’ △9월23일 ‘불교공간의 사회적 역할’ △10월14일 ‘불교와 동서 인문의 화쟁’ △11월25일 ‘불교 공부와 불교 수행을 어떻게 양립시킬 것인가’ △12월16일 ‘일상적 실천으로서의 불교’ △내년 1월20일 ‘반야심경을 어떻게 이해하고 실천할 것인가’ △2월17일 ‘화쟁학’ 등이다.

김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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