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교학회, 추계한국종교학대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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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21일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되면서 인성교육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인성교육의 토대가 돼 온 종교와 종교학에 대한 깊은 성찰은 거의 전무한 현실이다.

이미 서구에선 인성교육의 핵심적 가치로 종교에 대한 이해를 사적 영역을 넘어 공공의 영역에서까지 새롭게 제기하기 시작했고, 또 그러한 가치를 21세기 글로벌 사회의 학문적 토대로 삼아 종교학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펼치고 있다.

종교와 종교학은 오늘날 한국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인성교육을 새롭게 묻기 시작한 한국사회에 종교와 종교학이 제공할 수 있는 지혜와 통찰을 함께 생각해 보는 대규모 학술대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한국종교학회가 주관한 2015 추계한국종교학대회 전경.

한국종교학회(회장 김재영)와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는 지난 13~14일 서울 신림동 서울대 인문관에서 ‘종교·인성·교육’을 주제로 2015년 추계한국종교학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대회 주제의 기조 발제자로 나선 캐나다 리자이나대학교 오강남 명예교수는 인성이 사라진 한국사회, 즉 소인배 공화국이 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비인간화 사회를 꼬집으며, 종교학의 공헌과 종교학을 통한 영성교육에 대해 피력했다.

오 교수는 “종교학은 적어도 두세 가지 종류 이상의 종교 전통에 깊은 이해를 가지고 서로 비교하면서 종교 현상의 더 깊은 차원, 더욱 보편적 구조를 연구하는 것이다”며 “종교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맥스 뮐러도 ‘한 종교만 아는 사람은 아무 종교도 모른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종교 전통들이라는 무궁한 광맥에서 찾아낸 진수들을 널리 알리고 일반 종교인들이 이를 누릴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종교학 그리고 종교학에 몸담고 있는 이들의 의무요, 사명이라 생각한다”며, 동학의 ‘시천주(侍天主)’ 사상과 ‘인내천(人乃天)’의 가르침을 소개했다.

그는 “시천주 사상은 우리는 모두 우리 속에 신성을 모시고 있다는 것이고, 인내천의 가르침은 내 속에 있는 그 신성이 바로 나의 참 나이기 때문에 내 이웃을 한울님 섬기듯 섬기라는 것이다”며 “둘 다 인성을 회복하게 해 주는 가르침의 좋은 예다”고 말했다.

또, “이런 가르침이 거의 모든 종교 심층에 깔려 있는 기본 가르침이라 생각한다”며 “종교학자들은 이런 종교 전통들 속에 감춰진 금광을 캐내어 시간이나 기타 조건의 제약 때문에 직접 캐는 데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줄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 교수는 “명예, 돈, 성공이 구원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이런 것을 바라는 욕심이 우리를 괴로움과 슬픔으로 내몬다”며 “결국 교육면에서도 인성의 회복을 위해서는 종교학 내지 영성적 통찰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성이 되살아나서 한국이 사회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름답고 평화로운 나라가 되도록 서로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는 것이 의식 있고, 양심 있는 모든 이들의 공통 과제라 생각한다”며 “인성을 얘기하면서 종교적인 면을 등한시할 수 없다는 것, 그러기에 종교학자들의 사명이 막중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종교교육학 분과에 참여한 서울대 성해영 교수는 ‘청소년 인성교육과 종교의 관계’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종교인에 대한 사회의 신뢰가 이전보다 더 낮아졌지만, 그래도 종교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신뢰하는 집단 중 하나다”며 “종교와 종교인이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하고, 어질게 대하라는 가르침을 관계 속에서 실천할 때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단의 인성교육 사업은 종교의 제 기능을 온전히 회복하려는 시도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 사업이 비록 학교폭력이라는 매우 특수한 이유로 본격화됐지만, 인성교육 특히 종단의 인성교육은 종교가 오랫동안 희구했던 가르침의 구현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4개 종단의 학자들이 각 종단의 관점에서 본 종교적 인성교육에 대한 주제토론발표의 시간도 있었다.

먼저 불교의 관점에서 동국대 김용표 교수는 불교가 인성교육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이에 기여할 수 있는 점으로 ‘자기 존재에 대한 근원적 성찰’, ‘본질적이고 궁극적인 내적 변화를 유도’, ‘자기중심성인 아집의 타파’, ‘연기적 세계관 실천’ 등을 제시했다.

그는 “이러한 불교적 인성교육론은 여러 경론에 설하고 있는 수행법과 함께 현대적인 실천 프로그램의 개발을 통해 성취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사회심리학적 방법에 기반을 둔 과학적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불교의 전통적 수행법과 병행해 개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고 말했다.

서강대 정강엽 교수는 ‘인성교육과 가톨릭의 한 가지 교육전통’이라는 주제로 ‘예수회 교육 패러다임’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예수회 교육 패러다임은 탁월성, 양심 그리고 열정을 가진 타인을 위한 삶을 사는 인간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이것은 개인적이고도 협력적인 연구와 발견, 창조 그리고 평생 학습에 대한 성찰과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행동을 배양하는 교수진과 학생간의 상호작용의 과정이다”고 설명했다.

기독교의 관점에서 발표한 고신대 강진구 교수는 “인격적인 삶의 변화를 이끌어 인간을 윤리적인 존재로 행동하도록 하는 것은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한 인성에 있다”며 “하나님의 형상에 대한 회복을 목표로 하는 인성교육의 근거는 마땅히 성경이 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또, “성품이 좋은 학생보다 공부 잘하는 학생을 선호하는 사회분위기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며 “이것은 우리 사회의 모든 종교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이면서 사회의 종교 역할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에선 특히 금강삼종대학 이재헌 교수가 ‘금강대도의 종교적 도덕교육’을 주제로 참여해 더욱 이목이 집중됐다.

이 교수는 “금강대도는 ‘가화성도(家和成道)’, 즉 온 가족이 가화로 도를 이뤄 신선,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며 “내 가족, 내 부모, 내 자녀가 언젠가는 다 부처가 될 존재이기 때문에 가족 간에도 서로 예의를 지키고 상호 공경과 배려를 실천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강대도는 사람을 만났을 때 악수나 목례에 그치지 않고, 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는 문화가 있다”며 “인사란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절하는 문화를 확산시킨다면 아이들 예절 및 인성교육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SGI 특별분과 참석자들이 발표와 논평에 이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이틀간에 걸쳐 ‘한국종교’, ‘종교교육학’, ‘종교심리학’, ‘종교사회학’, ‘종교철학’, ‘종교와 여성’, ‘신종교’, ‘인도종교’ 등 17개 분과와 ‘SGI’, ‘금강대도’, ‘일본종교’ 등 8개 특별 분과로 나뉘어 세부 주제별로 총 100여 편의 논문 발표가 진행됐다.

한편, 1970년 설립된 한국종교학회는 회원들의 종교학 관련 연구 성과를 선별적으로 집약하고, 회원들의 공동 연구 작업을 통해 종교학 연구의 발전 모색은 물론, 종교학 이론과 연구방법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한국의 종교현상과 문화를 다각도로 규명하기 위해 다양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폭넓은 연구를 수행해 왔다.

김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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