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토성의 성격 규명을 위한 학술세미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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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의 규모, 내부에서 발견된 유구의 수량과 종류, 출토된 유물의 양과 다양성 등 여러 면에서 풍납토성이 한성백제의 역사를 보여주는 수많은 유적 중 으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대학교 권오영 국사학과 교수는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대 동아시아의 왕성과 풍납토성’이라는 주제의 학술세미나에서 “풍납토성이 백제 초기 왕성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대 권오영 교수가 풍납토성의 위상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유적과 유물이 말하는 풍납토성의 위상’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권 교수는 “풍납토성을 능가할 동시기의 유적은 없다”며 “거대한 성장(城墻)으로 둘러싸인 한양기의 왕성이 새로 발견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판단된다”고 전제했다.

그는 또, “오래전 풍납토성이 백제 왕성일 리 없다고 주장했지만, 발굴이 더 진행되면서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며 “풍납토성과 내부의 유구·유물은 동시기 어떤 사례보다 압도적이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는 1990년대 이후 발굴조사를 거치면서 풍납토성을 백제 초기의 왕성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지만, 일부 학자들은 다른 삼국시대 왕성들과 비교해 규모가 작기 때문에 일반적인 성(城)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돼 왔다. 

권 교수는 “풍납토성처럼 둘레가 3.2㎞, 기저부 폭이 40m, 높이가 12m를 능가하는 3∼5세기 토성은 한반도에 존재하지 않았다”며 “일반적인 백제 취락에서 보기 어려운 특별한 기능을 지닌 시설물이 많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복잡하고 특수한 성격을 내포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풍납토성이 토기 가마라는 주장과 금관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왕성이 아니란 주장은 어불성설이다”며 “지방 취락에는 거의 없는 고급 토기의 존재, 단일 유구에서만 약 5천점의 기와가 나온 사실 등이 왕성이라는 견해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수 건축물인 경당 44호, 포장도로, 문자가 기록된 토기, 기와 등의 유물을 근거로 풍납토성 유적의 위상을 뒷받침하면서 “이 같은 특수한 건축물들과 유물들은 일반적인 백제 취락에서는 발굴되기 어려운 것들이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권교수는 풍납토성 안에서 명백한 왕궁 건물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고구려 국내성, 공주 공산성, 부여 관북리와 부소산성, 김해 봉황동도 모두 비슷한 처지다”며 “오히려 풍납토성은 다른 여타 왕성, 왕궁보다 많은 증거와 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지역주민과 서울시, 문화재청 사이에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풍납토성 복원문제 해결을 위한 제안도 나왔다.

신형준 전 조선일보 문화재 담당기자는 발제를 통해 “풍납토성 해법 제시는 문화재청과 서울시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며 “이는 막대한 예산과 절차 문제 때문에라도 정권 혹은 전 정치권이 참여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의 재산권과 유적보존을 조화시킬 재정적 문제를 핵심적으로 제기하면서 “토지매입으로는 풍납토성 문제를 풀기 어렵기 때문에 풍납토성 내 유적이 없는 곳에 초고층 아파트 건설을 허가해 유적지 보존과 개발을 공존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 전 기자는 “이럴 경우 문화재청과 서울시 뿐 아니라 기재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다양한 정부부처가 얽힌다”며 “결국 통치권자와 여야의 합의가 필수적이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그는 “문제의 해법을 문화재청과 서울시에게로만 돌려서는 본질적 해법은 영영 나오지 않는다”며 “정권 뿐 아니라 여야의 합의가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세미나는 도시사학회, 백제학회, 중국고중세사학회, 중부고고학회, 한국고고학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상고사학회 등 7개 학회가 풍납토성의 연구 성과와 성격, 위상을 확인하는 취지로 마련했다.

한편, 5일 서울시의회가 내놓은 ‘풍납토성 관련 의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풍납동에 거주하는 주민 54.8%는 풍납토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반대했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22.6%로 반대 의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나머지 22.6%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왕성 진위 여부는 서울시와 풍납토성 주민들에게도 민감한 문제다. 풍납토성을 둘러싸고 문화재 보존과 주민 재산권 보호 문제가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7개 학회가 공동 주최한 풍납토성의 성격 규명을 위한 학술세미나 전경.

서울시는 풍납토성을 오는 2020년까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겠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주민들을 단계적으로 이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 이 같은 정책 추진 밑바탕에는 ‘풍납토성이 백제 초기 왕성’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반면 왕성이었다는 결정적 증거는 나오지 않은 채 해당 지역 개발 제한으로 재산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주민들의 주장이 맞서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결국 진위 여부에 따라 결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학계의 주장에 시와 문화재청, 주민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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