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얼살리기운동본부, ‘식민사관 극복’ 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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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정한론을 정립해 한국을 침략·정복함으로써 19세기 중엽의 한국민족과 한국사회가 커다란 민족적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대학교 신용하 명예교수는 16일 (사)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이사장 한양원)가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광복 70주년 기념 일제 식민사관 극복 학술대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서울대 신용하 명예교수가 일제 식민주의 사관의 동기와 형성과정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일제 식민주의 사관의 동기와 형성과정’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신 교수는 “일제 식민주의 사관 형성의 동기는 직접적으로 일제의 ‘정한론(征韓論)’과 관련돼 있다”며 “일제 식민주의 사관과 ‘정한론’은 동전의 양면 관계와 같은 것이다”고 전제했다.

정한론은 조선을 무력침공한다는 침략적 팽창론으로 1868년 메이지 유신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제기됐고, 1873년경부터 절정에 올랐다. 이는 서구열강과의 불평등조약을 개정하기 위한 노력이 실패하면서 오는 좌절감과 메이지 유신의 개혁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서양과의 통상무역에서 무역적자가 누적되고 서양 열강의 압력이 가중되자 난국 타개의 방법으로 한국을 침략, 정복해서 한국의 금·은·물산의 이익과 토지의 이익을 수취해서 보전하자는 정한론을 정립했다”며 “이는 분명한 침략론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1868년 명치유신 정권 수립 후 정한론이 국책으로 채택됐다”며 “일본의 한국 침략을 역사적으로 정당화하고 옹호하며 일본 국민들을 한국 침략에 동원하기 위해 한국역사를 ‘정한론’에 맞춰서 해석하려는 움익임이 대두했다”고 말했다.

또, “일본 최초로 1882년 3월 일본 육군 참모본부에서 조선국사편찬 작업이 시작되는 등 ‘정한론’ 실천을 위한 정신전력(精神戰力) 체계가 수립됐다”며 “정한론이 일제 식민주의 사관의 형성과정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처럼 이웃나라 일본이 ‘정한론’을 정립해 한국을 침략·정복하려는 기회를 엿보고 있었으므로 19세기 중엽의 한국민족과 한국사회는 커다란 ‘민족적 위기’가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며 “무엇보다 역사의 날조와 왜곡으로 이어져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한국은 경축과 비약적 발전을 다시 다짐하고 있건만, 일본에서는 아직도 식민주의 사관이 횡행하고 있다”며 “특히 현 아베 정권은 과거 일제 식민지주의 사관을 부활시켜 일본 내 초·중·고등학교 교과서까지 개악시켜 가면서 한국역사를 더욱 극심하게 왜곡·날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베 정권이 목적하고 있는 것은 군사적 재무장으로 ‘군사대국’이 돼 중국과 패권 경쟁을 통해 아시아에 다시 일본권(日本圈)을 설정함과 동시에 아시아의 지배국가가 되겠다는 것이다”며 “허나 이는 아시아 평화와 세계평화를 교란시키게 됨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신 교수는 “일본 아베 정권 등이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한국침략을 반성해 사죄하지 않고 정당화하려는 책동에 대해 한국민족은 단결해 반드시 이를 분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일제 식민주의 사관의 본질과 구조를 밝히고 비판하는 일은 한국민족의 자주독립과 한국역사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오늘날의 과제 중 하나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성수 명예교수는 아직도 우리의 역사의식 속에 남아 있는 ‘중화사관’과 ‘일제식민사관’을 언급하면서 광복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무엇이 일제식민사관이고 사대주의인지 모르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 대해 개탄했다.

박 교수는 “지금이야말로 바로 우리정신문화(겨레얼)가 죽느냐 사느냐 하는 갈림길에 있다”며 “하루속히 식민사학 청산은 물론, 통일이 돼 신조선시대가 와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성대학교 윤경로 명예교수는 일제잔재와 관련해 ‘왜곡된 근대성’, ‘뒤틀린 국가주의와 애국주의’, ‘식민지배 유제로서의 관료주의와 권위주의’, ‘일제 식민지시대 경제적 수탈구조의 잔재’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후 “인적·물적 친일청산을 통해 ‘식민사학의 적폐(積幣)’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복 70주년 기념 일제 식민사관 극복 학술대회 전경.

이밖에 우리역사연구재단 문성재 책임연구원이 ‘정인보의 관점에서 본 식민사학 비판’을 주제로 발표했고, 중앙대학교 김호일 명예교수와 민족문화연구원 심백강 원장, 민족문제연구소 이준식 연구위원, 전통문화대학교 최영성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와 관련 한양원 이사장은 이번 학술대회의 취지에 대해 “광복 70년이 지난 지금도 식민사관은 청산되지 않은 채 한국사의 정설처럼 구조화돼 민족의 바른 역사를 훼손시키고 있다”며 “이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함께 극복 방안이 모색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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