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화’로 평화의 시대를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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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대도 서울본원에서 우주가화 사상에 대해 설명하는 이재헌 교수


최첨단을 달리는 과학 기술의 발달과 인터넷을 통한 네트워크는 지구촌 환경을 만들었지만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종교간 갈등, 테러, 환경 파괴, 신종 전염병의 등장은 인류에게 주어진 숙제다. 이러한 인류 문명의 위기를 도덕적 타락이라고 규정하고 한국 신종교와 동양사상을 통해 금강대도의 건곤부모 사상을 연구하는 금강삼종대학 이재헌(52) 교수를 통해 ‘우주가화(宇宙家和)’사상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 금강대도의 ‘건곤부모(乾坤父母)’는 어떤 개념인가
 
‘건곤부모’는 천지인으로 대표되는 동양적 세계관과 주역에 나타난 음양 건곤사상의 종교적 화신으로 우주 삼라만상을 낳고, 기르고, 다스리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삼계 십방을 생성하는 대도(大道), 삼라만상을 화육하는 대덕(大德),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중생을 치교(治敎)하는 대성(大聖)의 삼위일체로 이 세상에 오신 분이다.

우리가 인류의 성인이라 존경하는 석가, 공자, 예수 등 이제까지의 성인은 모두 남자였다. 여성은 차별받았고 아버지만이 숭배의 대상이 됐다. 과거의 종교는 신과 하늘만 귀하게 여기고 인간은 구원의 대상으로 인간성이 소외됐다. 이제 후천의 인류문명을 구원하기 위해 오시는 성인은 예전과 같이 권위적인 남성으로 오시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 어머니가 동등한 건곤부모의 위상으로 오시는 것이다. 이는 ‘하느님=아버지’의 세계가 인간세계로 가깝게 다가오는 것이며 ‘하느님=아버지(天父)’와 ‘땅님=어머니(地母)’ 그리고 ‘인간(자식)’이 같이 동고동락하는 것이다. 이 우주만물은 건곤부모를 중심한 한 형제 한 가족으로 볼 수 있다.

우주는 ‘건곤부모’가 직접 낳으신 한 가정으로 인간은 물론 일월, 성신, 동식물까지 모두 형제자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작은 동식물이라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건곤부모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육식을 금함으로써 만물을 살리는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 그리고 건곤부모님의 자손인 삼라만상의 형제자매가 사랑으로 맺어진 우주가정을 이뤄야 한다. 이 건곤부모의 생명사상이 후천 인류 문명의 핵심이 될 것이다.

- 금강대도의 사상적 특징은
 
첫째, ‘경천지’사상으로 우주를 하나의 가정으로 보고, 삼라만상을 모두 형제자매로서 우주가 하나의 가정이라는 ‘우주가화’ 사상을 들 수 있다. 둘째, ‘도덕개화(道德開化)’ 사상을 표방한다. 선·후천의 교역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천지의 개벽이 아니라 인간 도덕성의 개화로 본다. 한국 신종교의 공통 사상이라고 일컬어지는 ‘후천개벽’ 사상과는 다른 것이다. 나아가 선·후천의 교역을 급진적인 개벽이 아니라 점진적인 개화의 과정으로 보는데 그 과도기를 오중운도(午中運度) 사상으로 체계화하고 있다. 오중은 평등 시대로 음과 양, 천지와 인간, 인간과 삼라만상, 생과 사의 평등을 이룬다는 것으로 생태주의 윤리 정립에도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

셋째, ‘심성신(心性身)’ 삼합의 수련관을 정립해 실천하는 것으로 심성의 수련이 신, 즉 몸의 수련과 일치돼야 함을 강조하며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하나로 보며 진리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가 둘이 아니라는 사상으로 이어진다. 넷째, 동양의 전통 사상을 계승해 새롭게 해석했다. 동양적 세계관의 기본 원리인 음양, 건곤, 오행, 천지인, 유불선 등의 개념과 사상을 수용하여 건곤부모 신앙으로 체계화했다.  다섯째, 단군 국조에 대한 의례 봉행을 비롯 한민족 고유의 제천 의례를 지키는 등 한국적 종교문화를 계승하여 이를 새롭게 승화시키고 있다.

‘건부(乾父)’와 ‘곤모(坤母)’가 함께 만들어 가는 양성평등의 세계란

금강대도는 어머니 구세주, 즉 곤모(坤母)가 이 세상에 왔음을 믿는다. 천지를 낳고 기르는 건부(乾父)와 곤모, 즉 건곤부모(乾坤父母)가 함께 구세주가 됐다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무엇보다도 여성 구세주, 즉 곤모(坤母)의 역할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금강대도는 과거 선천 시대를 양의 시대로, 그리고 다가올 후천 시대를 음의 시대로 규정한다. 그리하여 선천의 모든 성인들은 오직 남자였고, 종교가에서도 여성은 차별적인 대우를 받았다. 아버지만이 숭배의 대상이 됐고, 어머니는 늘 아버지 권위에 밀려 눈물만을 흘려야 했다는 것이다.

한 가정에서도 아버지는 무섭고 엄한 분이다. 따라서 과거 선천 시대에는 ‘하느님・아버지’만 있었지, ‘땅님・어머니’가 오시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과 하늘, 또는 인간 세계와 신명 세계의 거리는 멀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인간은 늘 아주 낮은 위치에서 아버지를 우러를 수밖에 없었고, 항상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 자애로운 어머니가 오심으로, 아버지의 위치는 상대적으로 하강하고 오히려 인간의 위치가 상승해 인류는 아버지와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게 됐고, 하느님 아버지(乾父)와 땅님 어머니(坤母), 그리고 인간 자식(人子)이 함께 즐거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건곤부모가 이 세상에 출현하게 된 것은 바로 지금의 시대가 선천 후천이 교역되는 과도기인 오중대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양의 평등으로 건곤부모가 탄생했고, 모든 차별과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이 이뤄져 남녀의 차별, 계급의 차별, 빈부의 차별이 없는 세상이 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천지와 인간이 평등되고, 인간과 삼라만상이 평등되는 시기가 된다는 것이다.

금강대도에서는 신앙 대상으로서 건부(乾父)와 곤모(坤母)를 숭봉하면서 건부를 금강대불(金剛大佛)이라 하고, 곤모를 연화대불(蓮華大佛)이라 칭한다. 종단 명칭에 있어서도 대외적으로는 금강대도(金剛大道)라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금강대도와 연화대도(蓮華大道)를 병존시킨다.

2014년 한국신종교학회, 대만 국립정치대학, 대만 일관도의 학자와 종교계 인사 등이 금강대도 총본원을 방문하고 금강대도 지도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앞줄 맨 오른쪽이 이재헌 교수


- 금강대도가 이 시대에 가지는 의미는

인류문명의 위기는 도덕의 타락에 있다. 금강대도는 첫째, 도성덕립(道成德立)을 위해 인간이 살아가야 할 정도, 즉 윤리와 도덕의 바른 길을 제시했다. 도덕이란 인간이 걸어야 할 올바른 길로,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조건, 즉 윤리를 세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둘째, 산업문명과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 문명의 비전을 제시해 준다. 오늘날 자본주의가 한계를 드러내고, 산업문명이 몰락하는 등 문명이 전환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가치가 중시되고, 도덕 문명이 주축이 되는 새로운 형태의 문명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셋째, 남녀 양성평등 문화 정립에 길을 제시하고 있다. 오늘날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 관계를 청산하고 가부장적 사회 구조를 바꿔 양성 평등의 새로운 사회구조와 문화를 정립해 가고 있다. 남자든 여자든 지구라는 같은 배를 탄 운명이며, 서로 적대적인 투쟁으로 공멸의 길을 걷기보다는 상호 보완을 통한 공생 화합의 길을 가야하기 때문이다. 금강대도의 건곤부모 신앙과 ‘오중대운론’에 입각한 평등사상은 양성 평등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적극적으로 일깨우고 있다. 또한 건부와 곤모의 역할 모형과 금강대도의 의례 및 조직구조를 통해서 양성평등적인 남녀 관계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으며, 그 이론적 실천적 사례와 대안을 얻을 수 있다.

넷째, 파괴된 자연생태계를 되살리고, 생태윤리학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금강대도의 진리는 생성론(生成論)적인 세계관으로서 파괴된 자연 생태계를 되살려 줄 수 있는 참다운 열쇠가 될 것으로 본다. 건곤부모 안에 모든 생명체가 형제자매로 우주에서 독존인 인간이 하등적인 자연을 선심 쓰듯이 보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형제요 동기의 입장에서 자연 발생적인 사랑으로 대하는 것이니, 참다운 생명 존중 사상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경천지 사상을 삶의 현장에서 그대로 실천해, 천지에 대한 외경심을 간직한 채, 모든 인간을 부처님처럼 존중함은 물론, 삼라만상까지도 공경하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 금강대도의 문화유산이 있다면

유형적인 문화유산으로는 창도주 이토암의 말씀을 담은 ‘대성경’과 총본원 경내에 있는 ‘삼종대성전’을 비롯한 건축물을 들 수 있다. 대성경은 토암이 계룡산에서 본격적인 포덕을 하기 시작했던 1914년(41세)부터 1932년(59세)까지 약 18년간 하신 말씀을 담은 한문 경전으로, 11경 28권의 방대한 분량에는 동양 사상의 핵심인 천지인 삼재의 도와 유불선 삼교의 가르침, 그리고 심성신 삼원의 수련관을 종횡으로 관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창도주가 만든 경전이 미리 존재했기 때문에 현재까지 큰 분파 없이 3대, 4대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대성경’과 함께 토암과 제자들의 언행록을 기록한 ‘성훈통고(聖訓通攷)’도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삼고 있다. 

또다른 문화유산으로는 대도덕성사건곤부모님의 존영을 모신 ‘삼종대성전(三宗大聖殿)’과 단군국조 및 태상노군, 삼성제군을 모신 ‘삼청보광전(三淸寶光殿)’을 비롯해 수련광장, 오만등대, 삼종개화문, 금강대도개도백년기념탑, 연화대도개도백년기념비, 금종루, 연화대, 성경대 등이 있는데, 모두 철학적 법리와 역수에 맞게 설계된 것이다.

무형적 유산으로는 제2대 도주 이청학 선생이 남긴 ‘개화무(開化舞)’와 ‘봄노래・가무’ 등이 있다. 이청학 선생은 1939년 대도의 사상을 상징화해 ‘흥기도덕가(興起道德歌)’를 가르쳐 주고, 가사 내용에 따라 태극무(太極舞), 무극무(無極舞), 봉무(鳳舞), 학무(鶴舞) 등 자연 만상의 이치에 맞는 여러 가지 가무(歌舞)를 창안하여 도인의 사기를 북돋아 줬다.

이재헌 교수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민윤리교육과를 졸업 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금강대도종리학회 회장, 한국종교학회·한국신종교학회 이사로 금강대도 사상 체계화 작업 및 활발한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건곤부모님과 금강대도의 진리’, ‘금강대도 종리학 연구론’, ‘이능화와 근대불교학’외 10여 권이 있으며 ‘한국신종교의 삼교합일 유형에 관한 연구’ 등 4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정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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