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스님들의 승가청규 관련 토론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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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안에서 청규가 바르게 정착되기 위해선 윗사람부터 솔선수범함으로써 청규의 권위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불교조계종(이하 조계종) 교육아사리(스승이라는 직책명) 금강 스님이 25일 조계종 교육원 교육위원회(위원장 종호 스님)와 중앙종회 교육분과위원회(위원장 심우 스님)가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한 ‘현대사회 승가청규’ 토론회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조계종 교육아사리 금강 스님이 ‘현대사회 승가청규’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청규’는 출가한 스님들이 지켜야 하는 도덕적 규율을 일컫는데, 금강 스님은 “조계종 수좌회가 2010년 발행한 ‘조계종선원청규’에 대해 청규가 특별한 항목으로 분리돼 있지 않고 여러 불교전통과 문화 속 일부만 제시돼 있어 규율이라는 청규의 존재목적을 완전히 달성한 책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님은 “금융·차량·전자용품·등산장비 등의 문제를 언급해 사회적인 변화를 수용한 측면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또, 금강 스님은 2013년 종단쇄신위원회 주도로 만든 ‘승가청규’에 대해서는 “‘조계종선원청규’와 달리 선원을 중심으로 만들지 않고 조계종 전체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스님은 내용 면에서 “아파트나 단독주택의 소유를 금지하는 것은 ‘조계종선원청규’와 마찬가지로 현대와 맞지 않는 모순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스님은 “청규가 새로 재개정된다면 종단승가를 바탕으로 간략한 실천원칙이어야 한다”며, 폭력·도둑질·음행·도박과 같은 문제들은 가장 기본문제인 동시에 승단 위상에 큰 손상을 입힌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항목이다“고 밝혔다.

나아가 “소통의 시대인 현대에 원칙적인 말이나 건조한 말도 그리 권장할 만한 일이 못된다”며 “폭언과 욕설만 하지 않으면 됐던 과거와 달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고 제언했다. 또, “개인적 영역으로 구분될 수 있는 컴퓨터 게임이나 주식투자, 자산소유 등에 대해서 효율적인 규범이 확립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만 기본적 기준은 마련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강 스님은 “부처가 제정해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율장’과 달리 청규는 구성원의 합의 또는 동의로 힘을 얻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서는 “이 시대에 청규가 왜 필요한 덕목인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청규 관련 세미나나 홍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스님은 또, “공손한 언행이나 단정한 옷차림과 같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적인 내용이라도 교육을 하지 않으면 몸에 배지 않는 유리된 가치일 뿐이다”며, “청규는 계몽과 더불어 반복적인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스님은 “청규는 사회 변화에 탄력적으로 반응하며 끊임없이 개정돼야 한다”며, “완비된 청규란 결코 불변하는 청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청규의 보편적 정착은 아래부터가 아닌 위에서부터의 모범을 통해 쉽게 이루어질 것이다”며, “웃어른부터 솔선수범하는 것이 청규가 안정적으로 정립되는데 필수적인 요소다”고 강력히 말했다.

2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된 ‘현대사회 승가청규’ 토론회 전경.

한편 ‘새로운 승가청규, 어떻게 종단에 정착시킬 것인가’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조계종 교육원 교육위원회 주경 스님은 스님들이 청규를 잘 지키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청규가 제대로 홍보돼 있지 않아 내용도 모르고 특히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주경 스님은 “기존 청규 내용 중 규제의 성격을 띤 부분만 발췌해 법제화 시키자”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조계종 중앙종회 교육분과위원장인 심우 스님은 “오늘의 자리가 또 하나의 소모적인 시간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모두가 감탄하며 동의할 수 있는 과정을 통해 부처의 가르침에 합당한 결론에 이르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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