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년, 한국 사회에 길을 묻다’…가톨릭포럼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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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현재 모습을 종합, 축소판으로 보여준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는 불의한 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된 ‘이름없는 순교자’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가톨릭프레스 김근수 편집인은 지난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년, 한국 사회 길을 묻는다’라는 주제의 가톨릭포럼을 통해 “세월호 희생자들은 진실을 거부하고 정의를 방해하는 사람과 세력이 누구인지 낱낱이 알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가톨릭 정신으로 세월호 참사를 진단한다’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김 편집인은 먼저 “세월호는 시대의 징표 중 하나라고 신학적으로 말할 수 있다”며 “한국사회의 현재 모습을 종합, 축소판으로 보여주는 것이다”고 전제했다.

(왼쪽부터)‘가톨릭 정신으로 세월호 참사를 진단한다’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는 김근수 편집인, 토론 사회자로 나선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조효제 교수, 두 번째 발제자 김문태 교수의 모습.

그는 “사건 발생과 구조 과정에서 국가권력의 무능과 잔인함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언론, 지식인, 종교의 맨얼굴이 국민들에게 노출됨은 물론, 국민의 무관심과 이기주의도 곳곳에서 발각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편집인은 “세월호 희생자를 교회가 신학적으로 어떻게 봐야 하는지, 불의한 권력에 의해 억울한 희생을 당한 사람들의 죽음이 그리스도교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다루고 싶다”며 “세월호 희생자는 ‘이름 없는 순교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름없는 순교자’는 독일 신학자 칼 라너에 의해 제안됐으나, 해방신학자 소브리노의 ‘해방자 예수’라는 책에서 이 개념을 더 자세히 다뤘고, 올해 로메로 대주교의 시복으로 ‘이름없는 순교자’라는 주제는 더 관심을 받게 됐다는 것.

소브리노는 하느님 나라를 드러내기 위해 불의한 세력과 맞서 싸우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능동적 순교자로, 하느님 나라를 잘 알지도 못하고 싸우려는 의지도 없지만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을 수동적 순교자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김 편집인은 “소브리노가 분류한 ‘수동적 순교자’를 ‘이름없는 순교자’라고 부르자고 제안하고 싶다”며 “이름없는 순교자는 자신의 죽음을 통해 하느님 나라를 반대하는 사람들과 세력들의 정체를 세상에 폭로하는 역할을 주로 한 분들이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그는 “세월호 희생자들은 국가권력의 무능과 잔인함, 언론, 지식인, 사회와 종교의 비겁함과 부패, 우리 개인의 무관심과 이기주의를 낱낱이 폭로했다”며 “이들은 곧 하느님 나라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려준 ‘이름없는 순교자’, 아니 ‘순교자’로 불러 마땅하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김 편집장은 가톨릭교회의 세월호 사건 대응에 대해 “내부 갈등이 자주 드러났다”며 “주교들의 엇갈리는 발언과 처신, 세월호에 무관심한 평신도, 수도자, 사제들도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주교들의 현실 인식과 처신에 만족하기 어렵고, 신문과 TV 등 가톨릭 언론의 자기 검열과 한계도 잘 드러났다”며 “정치권력 앞에서 눈치를 보는 종교권력의 어정쩡한 모습은 물론 존경할 만한 종교인이 누구인지, 그럴 필요가 없는 종교인이 누구인지도 잘 드러났다”고 말했다.

특히 “주교들은 ‘어떻게 하면 정치권력과 갈등을 피할까’를 연구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불의한 권력과 싸울까’ 고뇌하길 바란다”며 “교회재산 관리보다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더 신경을 써야하는데, 이런 점에서 사제들과 평신도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끝으로, 가톨릭언론인들에 대해 김 편집인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했는가, 진실을 말하고 진실을 밝히려고 애써 왔는가? 부끄러운 사례를 들려면 끝이 없다”며 “진실을 말하지 않는 언론은 언론이 아니라 악의 앞잡이일 뿐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언론의 주인은 언론사 사주가 아니라 독자들, 더 나아가 가난한 사람들이 가톨릭언론의 진짜 소유주다”며 “목소리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되는 것이 가톨릭언론의 사명이다”고 전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양학부 김문태 교수는 “참담한 현실에서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신의 처지와 직분에 맞는 ‘답게’살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 자신, 가정공동체, 신앙공동체,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답게’ 살기 위한 실천덕목을 제시한다”며 그중 신앙공동체의 ‘답게’ 살기 실천덕목으로 ‘신앙인답게 오늘 주어진 삶을 감사하는가?’, ‘신앙인답게 가난하고 소외되고 병든 사람들과 함께 하는가?’ 등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실천덕목을 통해 이웃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고자 하는 이타적 포용심을 지닐 때 지금 여기에 하느님 나라가 실현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천도교연구소 임형진 교수(경희대 정치학과)는 “답게 살기운동이 강조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답지 못하게 살고 있다’는 것의 방증이다”며 “김문태 교수가 제시한 실천덕목들은 그동안의 자신의 삶을 뒤돌아볼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 준 것이다”고 평했다.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가 주최한 제15회 가톨릭포럼 전경.

이밖에 단원고 학생의 유가족 정혜숙 씨와 JTBC 보도국 김상우 부국장, 영남대 심리학과 최호선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날 열린 ‘가톨릭포럼’은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가 우리 사회 현안에 대한 의제 제기와 실천적 대안 마련을 위해 매년 개최하는 행사로 올해 15회째를 맞이했다.

이와 관련, 이상요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은 “우리의 욕망이 부메랑이 되어 우리 사회를 ‘위험사회’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교회와 언론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질문을 제기하고 답변을 찾아보고자 포럼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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