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 추모, 3대종교 공동토론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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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의 수준은 종교 내 쇄신의 수준과 비례하며, 그 쇄신의 수위는 평신도들의 참여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우리신학연구소 경동현 소장은 지난 15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종교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라는 주제의 ‘세월호 1주기 추모 3대종교 연구소 공동토론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왼쪽부터)경동현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현우석 의정부교구 사제, 김희헌 성공회대 교수, 정경일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원장,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 불교사회연구소 소장 법안 스님이 ‘종교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1년, 가톨릭교회의 사회 참여 성찰’이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선 경 소장은 종교 지도자들의 사회적 문제에 대한 바른 인식과 참여를 강조하면서, 이와 함께 재가 신도들이 종교의 쇄신을 위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신도를 중심으로 한 가톨릭 사회운동은 1980년대 말부터 급격히 퇴조했다”며 “오늘날 교회의 사회 참여 활동은 제도와 비제도권 구분 없이 사제와 수도자들이 주도하면서 평신도들은 수동적인 협력자의 역할에만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경 소장은 “가톨릭 교계구조상 사제들이 쇄신의 일선에 나서기 어려운 특성을 갖고 있다”며 “이런 연유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평신도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평신도, 사제, 수도자 여부를 막론하고 거침없이 자기 종교의 쇄신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건강한 그룹의 존재 여부가 그 종교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의 수준을 결정한다”며 “가톨릭교회의 평신도운동, 나아가 이웃 종교의 평신도, 재가 불자 운동이 자기 종교의 쇄신과 자정을 위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의 자리를 꿰차고 ‘돈’ 종교가 된 세상, 그런 세상과 타협한 사회 성원이 만들어낸 필연적 비극의 신호탄이 세월호 참사로 드러났다”며 “자본주의의 폐해가 점점 커짐에 따라 교회 스스로도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에 깊이 물들었기 때문에 사회·경제적 영역 안에서 공동선의 실현이라는 사회교리의 가르침을 살려내지 못하는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5월2일 가톨릭 주교 2명을 포함해 박근혜 대통령은 종교지도자 10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며 “당시 시민사회는 선거부정의 책임을 물어 사퇴요구까지 불거지던 상황이었고 세월호 참사까지 일어난 직후였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초청을 거부하는 것이 종교의 예언자적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경 소장은 “그럼에도 종교 어디에서도 종교 지도자들의 이런 모습에 대한 반성이나 비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보면 한국 종교 전반에 걸쳐 자성과 쇄신이 절실하고 급박하다는 반증으로 봐야 할 것이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그는 “지난 3월 한국천주교의 수장인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해 김희중 주교회의 의장 등 주교단 25명이 바티칸을 방문하고 돌아왔다”며 “교황은 한국 주교들에게 ‘세월호 문제는 어떻게 됐습니까’라는 첫 질문을 던졌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들이 오갔는지 전해지지는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든 교구에서 주교가 참여하는 1주기 추모미사가 정해졌다는 사실이다”며 “예전만은 못하지만 가톨릭교회는 사제의 말 한마디 효과가 금방 눈에 보이기 때문에 사회적 이슈에 대한 사제들의 고민과 동참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성공회대학교 김희헌(조직신학) 교수는 “세월호 사고는 우리 사회가 추구했던 욕망의 질서 속에서 불가피하게 벌어진 인재였다”며 “이 시대의 종교는 ‘한의 사제’가 되고, 민중들의 소리의 매체가 되어 한을 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것은 종교가 자비를 전하고 평화를 이루는 방식이다”고 말했다.

세월호 1주기 추모 3대종교 연구소 공동토론회 전경.

이어 한국교원대학교 박병기(윤리학) 교수는 “종교로서의 불교는 세월호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포용하는 안심(安心)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며 “작년 세월호 사건에 맞춰 팽목항에 설치됐던 법당과 그 법당을 지킨 스님들 그리고 재가자들의 주된 역할이 바로 이러한 안심과 통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사회연구원과 사단법인 우리신학연구소,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천주교 의정부교구 사제 현우석 신부,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정경일 원장, 불교사회연구소 소장 법안 스님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김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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