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 분규 소강국면 들어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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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태고종(이하 태고종)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태고종은 총무원장 도산 스님으로 한 현 집행부와 태고종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종연 스님·이하 비대위)로 갈라져 극심한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 태고종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이하 총무원)에서 근무하던 직원들과 현 집행부 스님들이 비대위에 의해 건물 밖으로 내몰려 현재까지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비대위 측은 종법에 따라 지난해 10월 탄핵을 받은 도산 스님 등  현 집행부가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아 부득이하게 진행된 일이라며 지난 24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비대위 측은 성명서에서 “작금의 사태가 벌어진 원인은 도산 집행부에 있다”며 “도산 집행부는 현재에도 사실 왜곡과 흑색선전, 허위사실 유포로 일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5일 총무원을 찾아 도산 집행부에 법원 가처분 결과에 승복하자고 제안했지만 도산 스님이 이를 거부했다"며 "보복과 총무원장 직분에 연연해 종단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도산 스님을 중앙종회 결의에 따라 퇴거시킨 것이다"고 밝혔다.

또, "도산 집행부를 방치하는 것은 불교계에 큰 암덩어리를 남겨두는 것이라 총무원 진입을 결행하게 됐다"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조속한 시일 내에 종단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강조했다.

비대위 측 스님들이 불법 점거한 태고종 총무원 청사 건물의 모습.

하지만 도산 스님 이하 집행부 스님들은 비대위 측이 괴한들과 함께 총무원에 무단으로 침입해 스님들을 무력으로 내쫓았고, 이로 인해 도산 스님이 허리통증을 호소해 병원에 입원하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며 기자회견을 통해 맞대응에 나섰다.

기자회견에 나선 총무부원장 호명 스님은 “비대위 측 승려 수십 명이 23일 오후 5시 망치와 방망이 등 흉기를 들고 총무원 청사로 불법 난입해 폭행하는 등 폭력적으로 총무원청사를 점거했다”고 밝혔다.

스님은 “태고종 비대위는 종헌·종법에도 없는 명백한 불법단체다”며 “총무원장 불신임 효력정지 가처분 등 관련한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불법 난동 폭거가 일어난 것에 슬픔과 통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태고종 전국신도회(회장 정경조)도 집행부와 함께 발표한 성명서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안 된다"며 "비대위 스님들은 자진해서 총무원청사를 퇴거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비대위 측 호법원장 수열 스님은 총무원 청사의 폭력 점거 의혹에 대해 "도산 측 총무부장이 병원에 실려간 것은 유감이다”며 “그 스님은 국내선 비행기 탑승이 어려울 정도로 평소에도 지병이 있었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청사에 진입한 스님들로부터 ‘폭행이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고 이야기를 들었다”고 강조했다.

비대위 측 총무원장 대행 종연 스님은 “총무원 청사 점거로 입장이 바뀌어 정리됐다고 본다”며 “이제는 화합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하루속히 잘 정리해서 종단을 빨리 안정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번 총무원 점거 사태는 태고종 부채해결을 위한 공개청문회 과정에서 특정 스님들의 비리가 드러났으나, 해당 스님들이 강하게 부인하고 반발하는 과정에서 비대위를 만들어 발생한 일이라는 것이 현 집행부의 입장이다.

더불어 비대위가 주간불교 1월1일자 신문에 전면광고 명분으로 도산 총무원장을 비난하는 글을 게재하는 등 특정 스님들에 대한 ‘마녀사냥’을 중지하라는 식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집행부는 “태고종의 비리 및 병폐를 발본색원해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며 “지금이라도 당장 총무원을 불법 점거한 비대위 스님들은 자진 퇴거해야 한다”고 강력 대응의 의지를 보였다.

아울러 “전국 태고종 사찰의 주지스님에 의한 직접선거로 총무원장이 선출된다면 주지 스님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아 총무원장을 이번처럼 대하는 경우가 사라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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