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독재'에 한국교회는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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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용훈 주교·이하 정평위)는 지난 2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새로운 독재와 국가-신자유주의와 교회의 응답’이라는 주제로 2014년 정기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세계 경제체제를 ‘새로운 독재’로 지칭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첫 권고문헌 '복음의 기쁨')을 기초로 자본과 국가 권력 앞에 무너지고 있는 인간 존엄과 생명, 나아가 가치체계 전반을 바로 세우기 위한 가톨릭교회 활동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2014 정기세미나에서 이용훈 주교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정평위 이용훈 주교는 인사말을 통해 “이번 세미나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성찰하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면서 “우리의 이런 울림이 보다 넓은 공간들로 형성될 수 있도록 진정으로 우리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조발제에 나선 녹색평론 김종철 발행인은 덴마크를 대표적 복지국가로 만든 사회민주주의 운동 등의 사례를 제시한 후 “현실의 정치, 경제, 사회에서 실제로 인간다운 삶을 위해 힘을 발휘하고 조절하며 통제하는 기구는 국가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발행인은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와 같은 대표적 복지국가가 되기 위해선 과감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며 “덴마크의 시민합의회와 같은 모델적 민주주의 모델 도입을 위한 적극적인 시민운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가톨릭대학교 조돈문 교수는 ‘삼성의 사회적 지배’라는 기조발제를 통해 성공한 글로벌기업이라는 평가와 함께 경영권 독점과 세습 등 불법비리 기업이라는 양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삼성을 새로운 독재 권력으로 지목했다.

조 교수는 “정부가 사실상 삼성그룹에 대한 규제를 포기하면서 오히려 삼성이 국가를 지배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새로운 독재’ 앞의 권리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권영국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심화되고 있는 인간의 기본권 침해에 관한 12가지 사례를 열거하며, “국민들의 주권 회복을 위해 교회와 국민이 힘을 모아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독재와 국가`라는 주제로 열린 2014년 주교회의 정평위 정기세미나 전경.

천주교 부산교구 정평위 이동화 신부는 ‘새로운 독재와 교회의 응답’이라는 종합발표를 통해 “교회는 무엇보다도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과 친교를 나누며,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신부는 “우리나라는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정치적으로 대표하는 정당이 존재하지 않으며, 사회적 연대에 기반을 둔 노조활동 역시 성숙하지 못해 당분간 ‘새로운 독재’인 신자유주의의 거센 소용돌이 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또, “새로운 독재는 배척의 경제와 경쟁의 논리, 약육강식의 법칙, 엄청난 사회적 불평등,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것들이 급기야 가난한 사람들을 배척하고 소외시키고 있다”며 이를 위해 “주교회의부터 각 본당까지, 그리고 주교들부터 평신도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사목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세미나에는 이계삼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사무국장, 삼성반도체 희생자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인 황상기 씨와 반올림 노무사 이종란 씨 등도 발제자로 참여해 ‘새로운 독재 출현과 인간 존엄 상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김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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