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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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인 카일라시 사티아티(왼쪽)와 말랄라 유사프자이.<노르웨이 방송협회 홈페이지 캡처>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놓고 노르웨이 사회에 논란이 일고 있다. 노르웨이 정계를 비롯, 언론, 시민단체 등 국내 주류사회의 일각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비판 의견도 적지 않게 나온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지난 10일 2014년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파키스탄 10대 여성인권운동가인 ‘말랄라 유사프자이’와 인도의 60대 인권운동가인 ‘카일라시 사티아티’를 공동 선정, 발표했다.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올해 만 17세로 역대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의 영예를 안게 됐다.

이와 관련,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연구소(PRIO)의 크리스티앙 베르그 하프비켄 소장은 11일 기독교신문 바아르트 란트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수상자들은 아동의 교육권과 평등권 신장을 위해 노력한 업적을 인정받아 수상 자격은 충분하다”면서 “특히, 그들은 여성차별과 아동학대 반대 운동에 앞장서 이끌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크리스티앙 소장은 노벨평화상에 러시아의 인권 신장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이 선정되지 않는 것에 큰 실망을 나타냈다. 그는 “노벨위원회가 2010년 중국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에게 평화상을 수여함으로써 중국의 인권 신장 운동을 도왔던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푸틴 치하의 러시아 인권 상황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이끌어주기를 원했다”며, “올해 노벨평화상은 러시아 신문인 ‘노바야 가제타’에게 갔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노바야 가제타’는 1993년 창간된 러시아의 대표적 반정부 성향의 일간지로 러시아의 공권력 남용 사례를 지속적으로 폭로해 왔다. 특히, 이 신문은 지난 2000년부터 현재까지 5명의 기자가 암살, 또는 독살로 의심되는 사고로 연이어 사망해 전세계로부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크리스티앙 미셀젠 연구소의 아르네 스트란트 연구실장도 노르웨이 NTB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노벨평화상은 역사적으로 적대 관계에 있는 파키스탄인과 인도인이 공동으로 선정됐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두 나라가 공통의 목표를 향해 일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수상 선정에 대해 의구심을 표출했다. 그는 “실제 파키스탄 이슬람 공동체에서 그녀의 활동은 미미하다”면서 “더욱이 유사프자이는 현재 파키스탄이 아닌 영국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그는 ‘서양의 일원’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실제 파키스탄 이슬람 사회에서 이번 노벨상 수상 소식이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지에 대해선 미지수이다”고 밝혔다.

또, 노르웨이 국제협력기구의 울프 스베르드료 국장은 “올해의 노벨상은 ‘평화상’이라기보다 ‘인권상’에 더 가깝다”고 비판했다. 그는 “올해 노벨위원회가 국제적으로 훨씬 논란이 적은 사안을 택했다”면서 “지난번 중국 인권 운동가 류샤오보에 대한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겪은 국제적인 논란과 중국과의 관계 소원의 경험을 잊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올해 수상자 선정은 노벨위원회 토르비에른 야글란 위원장의 개인적인 성향도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야글란 위원장은 노르웨이 노동당 총리 출신 정치인으로 현재 유럽의회의 사무총장을 겸임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와 다른 유럽 국가들 간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끌고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치평론가 헤게 울스타인도 닥사비센 신문을 통해 “바로 그 점이 야글란 위원장으로 하여금 점점 더 권위주의적이고 과격하게 변해가는 푸틴 치하의 러시아에 대항해 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활동들을 지지할 수 없게 만들었다”면서 “러시아보다는 인도와 파키스탄 관계가 훨씬 논란이 덜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노르웨이=크누트 홀드후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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