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단 창립 40주년 기념 감사미사·학술대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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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이 창립 40주년을 맞아 지난 22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감사미사와 함께 학술대회를 열었다.

사제단은 지학순 주교가 ‘유신헌법 무효’ 양심선언을 발표하고 체포돼 징역 15년을 선고받자 1974년 9월 23일 강원도 원주에서 300여 명의 신부들이 모여 결성됐다. 그 후 40년 동안 광주민주화항쟁, 박종철 고문조작 폭로, 6·10항쟁을 거쳐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폭로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정치·경제적 민주화에 앞장서 왔다.

창립 40주년을 맞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지난 22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감사미사와 학술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학술대회 전경.

감사미사에서 나승구 사제단 대표는 “40년이 훌쩍 지나고 또 다른 4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강한 압박이 다가와 두렵기도 하다”면서 “예수께서 말씀하셨듯이 어린 아이와 같이 단순한 마음과 끓는 열정으로 처음처럼 뚜벅뚜벅 걸어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날 미사에서는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와 북한 조선가톨릭교회협회의 축하 메시지도 낭독됐다.

이어 열린 학술대회는 정치민주화와 경제민주화, 인권, 남북관계, 사제단과 교회쇄신으로 나누어 발제와 토론 방식으로 300여 명의 신부와 신도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발제에 앞서 성유보 학술대회 준비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사제단은 수난과 박해 속에서도 이 땅의 인권과 민주화와 민중생존권 운동에 헌신해 오셨다”면서 “한국사회는 정의구현사제단과 천주교에 큰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로 정치민주화 분야 발제에 나선 연세대 박명림 교수는 “안중근 의사의 정신을 계승한 사제단 활동을 ‘사회참여’로 부르는 건 잘못됐다”며 “권세와 권력과 물질에 참여하는 대신 미몽과 억압, 물질과 허위에 맞선 사제단의 자기희생과 결단은 작은 예수의 길이자 종교의 본령”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우는 자와 아파하는 자가 많은 사회는 병든 사회이고 무너진 공동체”라며 “사제단은 반생명적, 반인간적, 반그리스도적 방향으로 달려가던 한국사회를 치료하는 방향전환의 책임과 소명을 실현하는 노력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숭실대 김선욱 교수는 “과거에는 악이 드러난 시대였지만 지금은 악이 외형을 감추어 민주화된 것처럼 보이는 시대”라며 “이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정의가 구현되는 사회이고 정의구현사제단이 그 역할을 잘 해왔다”고 말했다.

사제단 창립 4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사제단 활동 평가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발제하고 있다.

글로벌 정치경제연구소 홍기빈 소장은 경제민주화 분야 발제를 통해 “사제단은 경제성장 제일주의를 앞세워 불평등과 기층 민중들에게 가혹한 탄압을 행했던 70~80년대의 폭압적인 개발 독재에 맞서 진정한 의미의 경제발전은 물질적 부의 성장이 아니라 인간의 해방과 개발이라는 관점을 견지했다”고 평했다.

인권분야 발제에 나선 김도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폭압적 법질서의 토대를 무너뜨린 사제단의 활동은 저항적 법담론의 근거를 제시하고 법질서 쇄신의 기초를 마련했다”면서 “공동선에 기초한 정의와 인권의 이론적, 실천적 토대를 제공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인제대 김연철 교수는 남북관계 분야 발제에서 ‘통일운동의 과제와 사제단의 역할’에 대해 “화해의 노력, 평화에 대한 공감대, 지속가능한 협력과 더불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사제단의 계몽 역할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예수살이 공동체 ‘산 위의 마을’ 대표 박기호 신부는 사제단과 교회쇄신 분야 발제를 통해 “지배 이데올로기의 모질긴 악령과의 대결로 살아온 사제단의 변함없는 40년 운동은 한국사회를 창조적 건강성으로 회생시키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또 박 신부는 “예전과 비교할 때 현재 가톨릭교회는 역사상 가장 진보적 성향이 분명한 주교들이 교회를 이끌고 있다”면서 “사제단은 시대의 징표를 제대로 보고, 사회정의 실현 운동을 영성의 실천 운동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한민국수호천주교모임 신도들과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지난 22일 명동성당 앞에서 ‘종북 정의구현사제단 추방’을 외치며 시위하고 있다.

한편, 이날 감사미사와 학술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명동성당 앞에서는 보수 천주교 신자들로 구성된 ‘대한민국수호천주교모임’ 신도 50여 명이 기자회견을 갖고 “종북의 온상인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교회를 떠나라”는 현수막을 펼쳐 들고 시위를 하기도 했다.

또, 오후들어선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들이 가세해 ‘종북집단 정의구현사제단 추방해야 천주교가 바로 선다’는 문구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박창신 신부와 강우일 주교를 추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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