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가 된 종교 지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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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의 한 초종교 모임에 참석한 각 종단 지도자들이 주제 발표시간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스리랑카 수도 스리자예와르데네푸라코테에서 스리랑카의 4대 종단 지도자들이 모여 ‘형제’의 연을 맺었다.

스리랑카는 인도 동남쪽에 위치해 있는 아름다운 눈물 방울 모양의 섬나라로 5년 전까지만 해도 26년간의 기나긴 내전을 겪은 아픔을 가지고 있다.

내전은 불교를 믿는 원주민인 싱할리족이 힌두교를 믿는 북쪽 지역의 타밀족을 오래도록 차별해온데 반발해 1976년 타밀족들이 독립을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내전은 지난 2009년 공식적으로 종료됐으나 두 종족 간의 갈등은 여전히 봉합되지 않고 남아 있는 상태다.

이런 스리랑카의 내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종교 지도자들이 먼저 나선 것이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각 종교 지도자들은 ‘스리랑카의 초종교적 본질과 상호 용인을 넘어선 종교간 공통분모 모색’을 주제로 각 종단의 시각과 대안을 깊이 있게 교환했다.

불교 대표로 나온 스리자예와르데네푸라 대학 총장 윌말라라다나 테로 스님의 인사말로 초종교 모임은 시작됐다.
 
그는 “이제 내전이 끝났기 때문에 ‘화해 프로그램’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이상의 전쟁은 원치 않는다. 10년 전에도 여러 종교 지도자들이 모여 종교간 화합과 제반 사회 문제에 관해 종교 의회에 공식적으로 제안한 바 있다. 그 후로 우리 종단 지도자들은 수많은 행사를 함께 준비했고 서로 매우 가까운 사이가 됐다”며 ‘종단 간 공통의 경험’을 종교간 화합을 유지시킬 수 있는 공통분모로 제시했다.

특히, 그는 ‘빈곤’ 문제를 모든 종단이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제시했다. “빈곤 앞에서는 힌두교인이나 기독교인이나 불교인의 구분이 없다. 빈곤은 빈곤일 뿐이다”고 그는 강조하며 빈곤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교육’을 제시했다.

이어 힌두교의 라마찬드란 쿠루칼 바르부 샤르마 사제도 앞선 불교 지도자의 ‘종단 간 공통의 경험’의 중요성에 대해 동의하면서, “우리는 상대방 종교의 행사에 참가할 수 있다. 불교의 석가탄신일, 이슬람의 라마단, 기독교의 크리스마스, 힌두교의 디왈리절에 다른 종단들이 방문하여 축하할 수 있다”며 보다 진보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또, 그는 “당장 시급한 것은 스리랑카에 ‘행복한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면서 “스리랑카에 영원한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종교 지도자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막중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종교는 선을 숭상하고 진리를 가르치기 때문에 종교 지도자들이 평화의 정착을 위해 현 상황을 조금씩 개선해 나갈 수 있다”며 종교지도자의 역할에 강한 신뢰를 보냈다.

 

이번 행사에 불교 대표로 참석한 스리자예와르데네푸라 대학 총장인 윌말라라다나 테로 스님.

가톨릭을 대표해 나온 멀빈 페르난도 신부는 더 나아가 ‘우리는 형제다’고 선언하면서,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는 이미 서로 ‘용인’하는 단계를 넘어섰다고 본다. 우리는 서로를 존경하고 있으며 누구도 서로를 개종시키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라비 알하즈 압둘 사메드 이슬람 이맘은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 속에서 살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 타 종단에 대한 공부가 필요함을 주문했다. 이어 그는 “상호 용인 단계를 넘어서 하나의 공통분모를 만들려면 ‘하나의 공동체’를 창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의 종교가 그 공동체의 일부가 되어 하나의 몸짓을 하려면 오늘과 같은 모임을 지속적으로 가지면서 다른 종단의 의식들과 기념행사를 함께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서로 돕고 함께 움직이는 ‘정도’를 가면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각 종단 지도자들은 앞으로 이런 모임을 지속적으로 펼쳐 종교 간 교차 방문과 공동 행사를 통해 ‘공통분모’를 넓혀 스리랑카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역할을 해 나가자고 결의했다.

스리랑카=Robert Kittel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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